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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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미선 임명에 野 장외투쟁… 靑이 정국파행 책임져야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은 헌법재판관의 공백이 하루라도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빈방문 중인 우즈베키스탄에서 전자결재를 통해 헌법재판관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현 정부 들어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밀어붙인 인사는 모두 15명에 달한다.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대통령·대법원장·여당이 지명한 친정부 성향 인사가 6명으로 늘어 독자적 위헌 결정에 필요한 정족수를 채웠다는 것도 우려를 낳는다.

이 재판관 임명에 반발해 자유한국당은 예고한 대로 그제 서울 광화문에서 장외 투쟁을 벌였다. 한국당은 집회에서 임명 강행과 관련해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문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민생을 생각했다면 극단적 대치 상황은 피하려고 서로 노력했어야 했다. 한 치 양보 없이 극단으로 치닫는 정국에서 민생은 뒷전이다. 4월 국회는 개회 보름이 다 돼가도록 의사일정도 잡지 못하고 헛바퀴만 굴리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위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 화급을 다투는 민생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국회를 내팽개치고 장외로 뛰쳐나간 야당도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국민 눈높이를 무시한 청와대의 책임을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재판관은 도덕성과 자질 모두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그의 면모는 헌법재판관에 대해 국민이 갖는 기대에 반했다. 시간이 지나면 잠잠해질 것이라는 안이한 판단은 국민을 무시하는 발상이다. 고위 공직을 맡기에 적절치 않은 흠결이 드러났는데도 매번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임명을 강행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도 유명무실해진다.

지난주 경실련이 실시한 국정평가 조사에서 전문가들이 가장 낮게 평가한 대목 역시 인사정책이었다. 10점 만점에 3.9점의 낙제점이었다. ‘독선과 불통에서 벗어나라’는 4·3 보궐선거 민심의 경고를 청와대는 벌써 잊은 것 같다.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에 따른 정국 파행의 책임과 부담은 고스란히 청와대 몫이다.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3년 동안 국정운영에 동력을 높이고 각종 개혁 과제를 마무리하려면 야당과의 협치가 절실하다. 이제라도 청와대가 정치력을 발휘해 정국 교착 타개책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