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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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베네수엘라의 자유작전

‘낭만의 도시’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붉은 스페인풍 지붕은 도시를 덮었다. 1960년대 말에는 모더니즘 건축물로 무장했다. 4∼5월이면 기타 페스티벌. 가슴을 저리게 하는 남미의 향수가 넘친다. 하지만 옛이야기다. 지금은 다르다.

카라카스는 아우성치는 혼돈에 뒤덮였다.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 “마두로 아웃”을 외치며 격렬한 시위를 한다. 마두로는 좌파 포퓰리즘을 앞세워 14년 장기집권을 한 우고 차베스를 이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다. 지금도 재정 살포 외에는 이렇다 할 정책은 없다. “더 이상 나라를 죽음으로 몰아가지 말라”고 외치는 시민들. 그들을 향해 총탄이 날아들고 경찰 장갑차가 돌진한다. 카라카스 거리는 피로 얼룩졌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파탄 났다. 과거의 영화는 온데간데없고 고통만 바다를 이룬다. 자고나면 떨어지는 돈의 가치. 아무리 많은 지폐를 가져도 휴지보다 못하다. 빵 조각 하나 사기조차 힘들다. 히틀러 등장 직전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내달린 독일보다 더하다.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군은 더 이상 마두로를 지지하지 않는다”, “마두로 정권 퇴진을 위한 ‘자유작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반마두로를 선언한 비밀경찰(SEBIN) 수장, 망명을 위해 브라질 대사관에 뛰어든 25명의 군인, 마두로 군부에 맞서 총격전을 벌인 군인들…. 자유작전은 실질적인 무력 대결로 번지고 있다.

이제 좌파 포퓰리즘은 무너지는 걸까.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강대국의 ‘장기 놀음’이 시작됐다. 마두로 정권을 지지하는 러시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목청을 높였다. “쿠바 군과 민병대가 베네수엘라 헌법의 죽음과 파괴를 가져오려는 목적의 군사작전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최고 수준의 제재와 금수 조치를 취하겠다.” 러시아를 등에 업은 쿠바의 개입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직접적인 군사 개입도 불사할 것”이라고 했다.

베네수엘라의 운명은 어찌 될까. 자유를 쟁취할까, 내전에 멍든 시리아 난민의 전철을 밟을까. ‘실패한 포퓰리즘’은 어찌 그리도 후안무치할까.

강호원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