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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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들 생전 퇴위 봇물 [세계는 지금]

日 아키히토 등 고령·스캔들이 주된 이유

아키히토(明仁·86) 일본 상왕처럼 각국에서 국왕의 생전 퇴위가 계속되고 있다. 고령이나 스캔들이 주된 이유다.

지난 1월에는 말레이시아 국왕이 왕관을 버리고 사랑을 택했다. 15대 국왕인 무하마드 5세(50) 켈란탄주(州) 술탄이 임기가 3년 이상 남은 상태에서 돌연 사퇴한 것이다. 이 나라는 연방을 구성하는 13개주 중 9개주의 술탄이 임기 5년씩 국왕을 돌아가면서 하고 있다. 그런데 전 국왕은 당시 병치료를 이유로 2주간의 휴가를 낸 뒤 러시아에서 24세 연하의 러시아 모델 옥사나 보예보디나(26)와 결혼한 것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이후 통치자회의가 열려 압둘라(60) 파항주 술탄이 제16대 국왕에 즉위했다.

좌측부터 무하마드 5세, 베아트릭스

후안 카를로스 1세(81) 전 스페인 국왕은 76세이던 2014년 6월 장남인 펠리페 6세(51)에게 왕위를 넘겨줬다. 카를로스 1세의 양위는 계속된 왕실 추문 탓이 컸다. 카를로스 1세는 원래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 총통의 후계자로 지명됐다. 1975년 즉위 후 우익노선을 승계할 것으로 우려됐으나 독재체제를 포기하고 입헌군주제를 채택해 국민적 인기가 높았다. 그런데 스페인이 경제위기에 직면한 2012년 아프리카에서 코끼리 사냥을 한 것이 알려지고, 2014년에는 차녀가 공금횡령 의혹으로 왕실 일원으로서는 처음으로 법정에 출두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왕좌를 넘겼다.

앞서 2013년 4월 베아트릭스(81) 전 네덜란드 여왕이 “새로운 시대에 맡길 때”라며 빌럼 알렉산더르(52) 국왕(당시 왕세자)에게 양위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알베르 2세(85) 전 벨기에 국왕이 필리프(59) 국왕(당시 왕세자)에게 왕좌를 넘겼다. 벨기에는 왕실의 호화요트 구입과 상속세 회피 문제가 부상하고 알베르 2세의 혼외자 문제가 소송으로 발전하는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엘리자베스 2세(93) 영국 여왕도 고령이어서 찰스(71) 왕세자에게 양위설이 나온다. 영국에선 다이애나 전 왕세자빈 문제 등으로 왕세자가 너무 인기가 없어 왕세자를 건너뛰어 왕손(王孫)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도쿄=김청중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