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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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쓰러진 알짜 기업들 … 새 주인 못찾고 표류

태양광 소재 생산 한국실리콘 / 매각 불발돼 2번째 법정관리 / 후육강관 국내 1위 스틸플라워 / 업황 부진에 경영정상화 난항 / 성동조선 2번 유찰… 3번째 진행

법정관리에 들어간 ‘알짜배기’ 기업들이 주인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각 분야에서 제법 두각을 보이는 기업들이다. 하지만 업계 불황이 계속 이어지면서 부활의 날개를 펴지 못한 채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폴리실리콘 업체 한국실리콘은 지난해 5월부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다. 같은 해 9월에는 매각자문사인 삼일PwC를 통해 매각공고를 내고 인수의향서까지 접수했으나 아직껏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2008년 설립된 한국실리콘은 태양광 발전 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제조·판매하는 업체다. 이 기업은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생산해 중국의 저순도 제품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 국내 2위 수준으로 성장했다. 최대 1만5000t의 폴리실리콘을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회사는 2012년에도 폴리실리콘 공급 과잉으로 제품가격이 폭락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회생절차를 밟은 적이 있다. 회생절차에 들어간 지 10개월 만에 조기 졸업했으나 폴리실리콘 가격 약세가 이어지고 후발주자 등장으로 경영난이 이어지면서 두 번째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매각 절차 또한 업계불황이 이어지면서 최종 유찰됐다.

국내 1위 후육강관 업체 스틸플라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후육강관은 두께가 20㎜ 이상인 철판을 이용해 생산하는 산업용 파이프로 주로 석유나 천연가스 시추 등에 쓰인다.

스틸플라워는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매각을 추진 중인데 유찰되면서 표류하고 있다. 스토킹호스는 회생기업이 인수의향자와 조건부 인수계약을 하고, 공개입찰에 들어가는 매각방식이다. 수의계약자가 이미 있으므로 일반 공개입찰에 비해 성사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같은 해 11월 주관사인 삼일PwC를 통해 매각절차를 진행했다. 한국실리콘과 달리 본입찰에서 다수의 원매자가 입찰에 응했으나 매각 측이 우선협상자를 선정하지 않고 재매각을 선택하면서 최종 유찰됐다. 최소 매각가격(600억원)과 원매자들이 제시한 인수가격(560억원) 차이 탓에 주인을 찾지 못했다.

스틸플라워는 2000년 설립돼 국내 1위 후육강관 제조업체로 성장한 기업이다. 2012년 연결기준 연매출 2948억원을 기록했으나 유가 급락과 해양플랜트 수익성 악화로 타격을 입으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창원지방법원에서 매각 진행 중인 성동조선해양은 두 차례 유찰 끝에 공개매각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매각이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대형 LNG선 수요 증가에 따라 대형 조선사들은 안정세이지만, 성동조선해양 등 중소 규모 조선사들은 여전히 불황을 겪고 있다. 일반적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은 개시 후 1년 안에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업계불황이 이어지고 매각이 요원해지면서 이들 3사는 아직 회생계획안을 제출하지 못했다. 한국실리콘은 지난해 8월 회생계획안 제출기간 연장을 신청한 데 이어 추가로 3차례 연장했다. 스틸플라워는 지난해 9월에 이어 7차례 추가 연장했다. 성동조선해양도 비슷한 사정이다. 법원 재량으로 회생계획안 제출기간은 6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