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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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은경’ 스티븐스 “미국 엘리트 사이 한국 존재감 커져”

“전반적으로 미국 엘리트 서클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예전보다 많아졌습니다.”

 

캐슬린 스티븐스(66·사진)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이 “한국에서는 항상 일본과 비교하며 (한국이 미국 오피니언 리더층에서) 일본만큼 못하는 거 아니냐 생각했는데 이제 그런 생각은 맞지 않다”며 “미국에서 한국과 관련한 토론들이 많아지고 한국의 존재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최근 주한미국대사관 초청으로 미국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NPC)에서 만난 스티븐스 소장은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이 몇년 전만 해도 없었던 한국 전문가들을 모두 갖추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전 주한 미국대사이자 한국 이름 ‘심은경’으로 잘 알려진 스티븐스 소장은 지난해 9월부터 미국 워싱턴 소재 한·미관계 전문 싱크탱크인 KEI 수장을 맡고 있다. 스티븐스 소장은 미국에서 한국의 존재감이 뚜렷해진 데 대해 “재미 교포의 규모와 영향력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커진데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화염과 분노’로 전세계가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K-팝, 한국 상품의 인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성공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한·미 관계에 대해서는 “복잡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이 분단 당사자이기에 태생적으로 복잡할 수밖에 없는데다 최근 중국의 부상과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으로 이런 경향이 증대됐다고 전했다.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은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스티븐스 소장은 “한·미는 의리로 엮인 특별한 관계로 시간이 지나면서 더 깊은 관계가 됐다”며 “한·미동맹이 정당하고 회복탄력성이 강한 관계가 된 이유는 한국의 민주화”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한반도 분단에 일정 역할을 했기 때문에 복잡할 수밖에 없다”며 “(한반도에) 외국군이 주둔하고 있어서 더 문제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스티븐스 소장은 “한 가지 명확하게 짚고 싶은 건 미국이 한반도에 분단 선을 그었을 때 일시적이라고 생각했지 영구히 분단시킬 의도는 아니었다는 점”이라며 “아일랜드나 유고슬라비아도 처음 의도와 달리 영구히 분단되는 과정을 외교관으로서 봐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미군 주둔과 FTA의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라 (최근) 불확실성·복잡성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스티븐스 소장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어도 우리는 힘의 균형이 변하는 시기를 겪고 있다”며 “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시기이고, 특히 한국은 이 중간에 끼어있기에 더욱 더 (기존에 당연시한 대외 정책에 대해) 질문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최근 한반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도가 덜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북·미 대화는) 언젠가는 가능할 것”이라고 낙관하며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과의 대화로 돌아갈 준비가 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답했다. 스티븐스 소장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 후 북한으로서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재평가하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평양에서 앞으로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 글·사진=송은아 기자 se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