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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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미사일 쏘고 “맞을 짓 말라” 망언… 정부 저자세 탓이다

북한이 어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동해로 쐈다. 지난 2일 이후 나흘 만이자 7월25일 이후 네 번째 도발이다. 이번엔 황해남도 과일군 일대에서 내륙을 관통해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지형의 제약을 받지 않고 이동식발사대(TEL)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도발이 가능하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발사체 고도는 약 37㎞, 비행거리는 약 450㎞였다. 남한 대부분 지역이 사정권에 든다.

북한은 발사체를 쏜 게 그제 시작된 한·미연합연습에 대한 반발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우리를 자극하고 위협하는 합동군사연습을 강행하는 저의가 어디에 있는가”라며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남조선이 그렇게도 안보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면 차라리 맞을 짓을 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미사일 세례를 받지 않으려면 고분고분하게 행동하라는 협박이다. 현재 진행 중인 연합연습은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능력을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두며, 병력·장비가 동원되는 야외기동훈련이 아닌 컴퓨터 시뮬레이션 중심의 지휘소연습(CPX)이다. ‘동맹’ 표현도 쓰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도 이를 문제 삼는 건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기선을 제압하려는 속셈이다.

문제는 정부의 대응이다. 청와대는 어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이번에도 문재인 대통령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북한이 최근 네 차례나 미사일을 쐈는데도 정부의 대처는 한가하기만 하다.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는 열리지 않았고 ‘북한 내부 결속 및 향후 주도권·협상력 제고 차원’이라는 분석만 내놓았다. 군도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북한이 2017년 말 이후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은 하지 않고 있지만,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이어졌으나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다. 한·미연합훈련 중단과 축소로 우리 대응능력만 약화됐다. 정부의 대처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미온적이고 안이한 대응으로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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