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에게 이름과 개념조차 생소했던 사모펀드가 올해 금융권을 가장 뜨겁게 달궜다. 불완전판매 문제로 투자자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최근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가족펀드 모두 사모펀드였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소수의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를 뜻한다. 공개적으로 투자자를 모집하는 공모펀드와 달리 비공개로 투자자를 모으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를 한 뒤 기업 가치를 올려 차익을 얻는 전략을 취한다.
그간 사모펀드는 ‘가진 자’의 전유물로 생각됐지만 지난 2015년 정부가 사모펀드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뒤 4년간 약 2배가량 덩치를 키웠다. 판매채널이 은행 등으로까지 확대되면서 중산층 금융소비자들도 사모펀드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게 됐다.
DLF 사태는 사모펀드 시장이 몸짓을 키워나가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지난 8월 피해자들이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면서 사건이 알려졌는데, 금감원 조사 결과 고위험 상품 판매에 대한 은행의 내부통제 부실, 사모펀드의 허점을 활용한 사실 등이 밝혀졌다.
파생결합증권(DLS)은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과 달리 금리, 신용, 원자재, 환율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결합상품이다. DLF는 DLS를 담은 펀드를 뜻한다. DLF는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기간 정해진 구간에 머무르면 약정된 수익률을 받을 수 있지만 정해진 구간을 벗어날 경우 원금 손실이 발생하도록 설계됐다.
이번 DLF 사태의 경우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와 미국 국채 5년물 금리, 영국 이자율스와프(CMS) 금리가 올해 상반기 곤두박질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들에서 탈이 났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DLF를 불완전판매한 은행이 투자경험이 없고 난청인 79세의 고령 치매환자에게 80%를 배상하라고 권고했다. 80%는 역대 분쟁조정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또 DLF 사태로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시장 실태 전반을 점검하며 은행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제한을 뒀다.
한국형 헤지펀드 1위 운용사 라임자산운용도 사모펀드로 홍역을 치렀다. 라임자산운용은 지난 10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사가 운용하는 ‘테티스 2호’ 재간접 투자 펀드와 ‘플루토 FI D-1호’ 재간접 투자 펀드의 환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2개 모펀드의 규모는 약 1조1000억원으로 이 중 환매 중단 대상 펀드의 설정액은 약 6200억원이다. 투자자들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만큼,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8월엔 조국 전 법무부장관 후보자 가족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조국 전 장관 일가는 펀드 운용사 코링크 프라이빗에쿼티(PE) 펀드에 74억5500만원을 출자하기로 약정했는데 실제로 투자한 금액은 10억500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출자약정액과 투자액의 차이가 많이 나면서 당시 편법 증여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