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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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국 부분 제한했지만…감염학회 등 “후베이성만으론 부족”

정부가 2일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했거나 체류한 적 있는 외국인의 한국 입국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한감염학회 등 복수 의료단체들은 같은 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이 중국 전역으로 번져 후베이성 방문 및 체류자의 입국 제한만으론 부족하다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후베이성뿐만 아닌 모든 중국발 입국자들 대상으로 자가격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우한폐렴 전파를 막기 위해선 정부가 이날 밝힌 대책보다 더욱 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감염학회 등 3개 의료단체 “후베이성 입국 제한으론 부족”

 

대한감염학회와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는 이날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대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정부가 후베이성 등 위험 지역을 방문했거나 체류한 중국인들에 대한 제한적 입국금지를 취하겠다고 밝힌 날에 자신들의 입장을 낸 것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위기 관련 대국민 호소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방상혁 상근부회장, 최대집 회장,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교 교수. 연합뉴스

이들 학회는 “후베이성뿐만 아닌 중국 전 지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개 학회는 “우리나라는 인구밀도가 높고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에 밀집해 살고 있는 특성 때문에 잠재적인 감염자가 평상시대로 유입된다면 누적되는 확진자들의 역학조사와 접촉자 감시를 위한 노력과 인력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며 “감시 대상자가 많아진다면 지금까지와 달리 방역당국이 파악한 접촉자 외에서 확진자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확진자의 규모는 1만명을 넘어 빠른 속도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 짧은 기간 내 통제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특히 후베이성 외의 중국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40%를 차지해 후베이성 제한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 됐다”고 강조했다. 

 

◆“중국 전역에서 방문한 입국자들 자가격리 필요”

 

이들 학회는 후베이성뿐만 아니라 중국 전 지역에서 오는 입국자들의 자가격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는 중국 후베이성으로부터 돌아오는 우리 교민의 경우에만 2주간 자가격리를 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28일 오전 중국 톈진발 항공기 탑승객들이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입국장 검역소에 건강상태 질문서를 제출하고 있다. 인천공항=남정탁 기자

이들 학회는 “중국 전역의 환자수가 증가해 중국 전역으로부터의 입국자를 위험군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또 초기에 아주 경미한 증상으로 또는 무증상 상태에서도 감염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가격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이 증상이 나타날 경우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수준의 노출에 의한 접촉자 감염이 발생하고 진정한 의미의 지역사회 토착화된 감염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의 통제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네 번째 ‘우한 폐렴’ 확진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면회 제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에 후베이성뿐만 아닌 중국 전역에서 오는 입국자들의 자가격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학회는 “보건당국의 감시 역량과 선별 진료소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선 모든 중국발 입국자들(2주 이내 중국 거주자 포함)의 입국 후 2주간의 자발적인 자가격리를 (정부에서) 권고해달라”며 “보건소뿐 아니라 모든 직장, 학교, 공공시설 등에서 이러한 제한 규정을 적용해 입국자들이 안전하게 자가격리를 하고 증상 감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미 입국해 국내 체류 중인 중국발 입국자들에게도 2주간의 자발적 자가격리 권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종합병원만 의존하면 위기 발생…보건소 역량 강화 해야”

 

이들 학회는 대형 종합병원들을 위주로만 우한폐렴 관련 업무가 몰리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감염학회 등은 “감염병 위기 상황마다 정부의 1339 콜센터나 보건소의 환자 분류와 감시 업무는 쉽게 그 역치를 넘어가서 마비가 돼 증상 없거나 가벼운 환자들의 상담과 분류까지도 대형병원의 선별 진료소가 떠맡고 있다”며 “확진된 환자를 진료하거나 기존의 다른 급성기 중증질환 진료에 집중해야 하는 종합병원급 이상의 병원에게는 콜센터나 보건소의 업무가 넘어오는 것은 의료자원의 비효율적인 소진”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8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달 31일 전북 익산시 원광대병원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에서 8번째 확진자가 격리 치료 중이다. 뉴스1

또 “병원에서 일반 중증 환자의 노출 위험을 증가시킴으로써 위기상황의 극복을 더 어렵게 만드는 상황을 초래하는 위험도 있다“며 “입국자 관리 등 보건담당기구 외에서 가능한 업무는 분담하여 보건소는 좀 더 집중 감시가 필요한 업무에 집중하도록 하고 1339 콜센터와 보건소의 접촉자 분류, 감시, 검사 역량을 훨씬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