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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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모욕” VS “차별·혐오 배제해야” 트랜스젠더 입학에 온·오프라인 찬반 가열

숙명여대 정문. 연합뉴스


올해 숙명여대 법대 입학을 앞두고 ‘국내 최초 여대 입학 확정 트랜스젠더’로 관심을 받고 있는 A씨(22)를 둘러싸고 대학 구성원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재학생을 사이에서 A씨의 입학을 반대하는 메신저 단체 대화방이 개설되고, 학내 단체들은 찬반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는 전언이다.

 

총학생회와 동문회 등에도 항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이에 맞서 ‘차별과 혐오는 지양해야 한다’며 A씨의 입학을 지지하는 측도 입장을 내고 있다. 

 

숙대는 현재 A씨가 등록은 하지 않은 상황이며, 등록 시 등교를 막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A씨는 지난달 30일 숙대 법대 최종합격 소식을 전했다.

 

그는 지난해 8월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그해 10월 성별 정정 신청을 허가받아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 여성 신분으로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다고 한다.

숙명여대 재학생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캡처본. 뉴시스

 

◆신입생 단체 대화방 내용 절반이 ‘A씨 입학 찬반 논쟁’

 

뉴시스는 전날 숙대 신입생을 구성원으로 한 익명 단체대화방의 대화를 입수했다며 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지난 4일 11일간의 대화 내용 중 절반가량이 A씨 입학에 대한 찬반 내용으로 채워졌다. 

 

뉴시스에 따르면 주로 A씨의 입학을 반대하는 측이 먼저 대화를 시작했고, 이에 다른 학생이 반대의견을 내세웠다.

 

A씨의 입학에 찬성하거나 중립적인 입장인 학생들이 “섣부른 혐오는 지양해야 한다”고 반박하면 조용해졌다 다시 A씨에 대한 비난이 시작되는 식이었다고 한다.

 

반대 측은 주로 “A씨가 법적으로 여자여도 생물학적으로는 아니다”, “트랜스젠더를 받아주면 여대의 건학 이념이 사라지게 된다”, “여성 교육에 대한 모욕이다” 등의 의견을 냈다.

 

반면 A씨 지지층은 “우리랑 똑같이 열심히 공부해서 합격하신 분이고 존중할 필요가 있다”, “이 대화방에 그분도 들어올 수 있으니 자꾸 혐오하고 배척하는 발언을 하지 말자” 등의 의견을 내놨다고 한다.

숙명여대 학내 곳곳엔 트랜스젠더 신입생의 입학을 두고 찬반 입장을 담은 대자보가 게시됐다. 뉴시스

 

◆대자보·항의메일·반대성명…증폭되는 찬반 대립’

 

A씨 입학을 앞두고 오프라인에서도 단체 행동이 일어났다.

 

‘숙대 트랜스젠더 남성 입학 반대’ TF(태스크포스)팀이라는 단체는 전날 공개 반대 성명을 내고 ‘생물학적 여성’만 입학을 허가하도록 학칙을 개정하라고 학교 측에 요구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A씨의 합격 소식이 전해지자 학내 게시판에는 ‘성전환 남성의 입학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글이 연이어 올라왔으며 다수 구성원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또한 단체로 입학처에 항의 전화를 하거나 동문회에 항의 메일을 보내는 등 반발했다.

 

찬성 입장도 표명됐다. 76개 단체가 속한 대학·청년 성 소수자 모임 연대(QUV)는 지난달 31일 공식 지지 의견문을 냈다. 숙여 동문 일부도 지난 3일부터 A씨 입학을 지지하는 내용의 온라인 서명을 진행 중이다. 

 

숙대 학생 자치단체인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는 지난 2일 페이스북 공개 지지글(아래 사진)을 통해 “A씨의 우리 대학 합격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숙명여대 학생 자치단체인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페이스북 갈무리

 

◆숙대 측 “입학 및 등교 막을 근거 없다. 공식 입장 없어”

 

숙대는 법적인 여성 지위를 인정받은 A씨의 입학 및 등교를 막을 근거가 없단 입장이다.

 

숙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학생들의 우려는 인지하지만, A씨가 성별 정정을 했기에 입학에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면서도 “다만 아직 등록한 게 아니라 입학이 확정된 상황이 아니고 유사한 전례도 없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