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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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열풍 속 주한미군에선 ‘미스터 션샤인’ 큰 인기

고위 장성이 "한국 도착 전에 꼭 봐야 할 드라마" 극찬도

“주한미군에 배속된 장병은 한국 부임 전 의무적으로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을 봐야 한다.”

 

진짜일까, 아닐까. 주한미군 고위 관계자가 정색을 하고 한 말이긴 하지만 실은 ‘농담’에 더 가깝다. 주한미군 장병들 사이에서 ‘미스터 션샤인’ 시청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감독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며 미국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가운데 주한미군 사이에서도 한류 열풍이 거세다. 아무래도 군인 신분인 만큼 미군 장교가 등장하는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이목이 쏠린다.

 

패트릭 도나호 주한 미8군사령부 작전부사령관(준장)이 트위터에 올린 글과 사진. “주한미군에 배속된 장병은 부임 전 의무적으로 ‘미스터 션샤인’을 봐야 한다”고 적은 것이 인상적이다. 도나호 부사령관 트위터 캡처

11일 주한 미8군사령부 작전부사령관을 맡고 있는 패트릭 도나호 준장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만약 당신이 한국으로 오고 있다면 도착 전에 의무적으로 ‘미스터 션샤인’을 봐야 한다(If you are coming to Korea you are legally required to watch Mr Sunshine before you arrive)”고 적었다.

 

도나호 준장의 익살스러운 트윗을 본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이를 자신의 트위터에 리트윗하며 “진짜 의무적으로 봐야 하는 것은 아니다(Not quite legally required)”고 농담을 했다 그러면서 “다만 (드라마를 보라고)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More like strongly encouraged)”고 덧붙였다.

 

주한미군의 최고 책임자와 8군 부사령관이 나란히 ‘미스터 션샤인’을 극구 칭찬한 셈이다. 앞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도 지난해 10월 ‘미스터 션샤인’을 “경탄할 만한(awesome) TV 드라마”라고 부르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며 이 드라마가 제1회 아시아 콘텐츠 어워즈에서 베스트 크리에이티브상을 받은 점을 축하한 바 있다.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포스터. 세계일보 자료사진

tvN에서 2018년 7월7일부터 9월30일까지 매주 토·일요일 총 24부작으로 방영한 ‘미스터 션샤인’은 1900∼1907년 대한제국 시대 의병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영어 ‘선샤인(Sunshine)’을 굳이 ‘션샤인’이라고 표기한 건 1900년대 당시의 영어 단어 발음 표기법에 따른 것이다.

 

드라마는 1871년 신미양요 때 조선의 노비 출신 소년 ‘최유진’이 우연히 미국 군함에 승선해 미국으로 건너간 뒤 미 해병대 장교 ‘유진초이’(이병헌 분)가 되어 조선으로 돌아와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미가 충돌한 신미양요를 다룬 점, 미 해병대 장교가 돼 돌아온 유진초이가 처음엔 조선에 극히 부정적 태도를 보인 점 등만 놓고 보면 ‘반미(反美) 성향의 드라마 아닌가’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극 후반부에 ‘미국인’ 유진초이가 차츰 한국을 진심으로 위하는 인물로 변해가는 장면은 그런 의혹을 불식하기에 충분하다.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이나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 같은 고위급 인사들이 이 드라마를 극찬한 것도 바로 이 점을 감안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