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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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제 없는 코로나19, 면역력 강하면 감염돼도 경증으로 끝나

바이러스 감염되면 1주 정도 감기 증상 / 인체 면역체계 약화땐 폐렴으로 악화 / 당뇨 등 기저질환자들 생명까지 위협 / “철저한 손씻기·마스크 착용 예방 중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망하는 직접적 원인은 폐렴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미지의 병원체이기에 불안해하는 사람은 많지만 애초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직접 원인과는 거리가 있다. 이 과정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폐렴에 이르는 과정을 잘 이해하기만 하면 감염되기 전에 미리 예방할 수도 있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에 노출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감기나 독감과는 어떻게 다른지 국내 호흡기 질환 전문의들의 견해를 종합해본다.

 

애초 폐렴이란 말 그대로 ‘폐에 염증이 일어난’ 상태다. 사람들이 감염되어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기도에 침입하고, 이어 폐에 염증을 일으킨다. 이에 비해 감기는 염증이 일어나는 곳이 다르다. 감기는 일종의 ‘상기도염’이다. 기도 가운데 음식도 지나가는 ‘상기도’(목구멍에서 위)에서 염증이 발생하는 경우다. 목구멍에서 공기만 지나가는 ‘하기도’(기관에서 폐까지)가 있다. 따라서 보통 감기의 경우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통상 상기도에 그치며, 목과 코의 염증으로 끝난다.

 

반면 코로나19의 경우 1주일 정도 감기 증상이 계속되며, 심하면 폐렴 증상으로 이어진다. 즉 상기도에 그치지 않고 하기도에도 바이러스 침입을 허용했다는 의미다. 그래도 통상 폐렴으로 발전하지 않으며 대부분 경증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인체에는 다양한 면역체계가 있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이라면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의 침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인체 면역체계가 작동하여 상기도에 그치는 경우다.

문제는 노인들에게서는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중증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지난 주말까지 중국에서 4만여명의 확진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환자의 81%는 경증(폐렴이 아닌 환자, 또는 경증폐렴 환자)으로, 중증은 19%였다. 치사율(환자에 대한 사망자 비율)은 2.3%로 대부분 60대 이상의 기저질환자였다.

사람의 몸에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침입에 대응하여 갖가지 면역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에 건강한 사람이라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경증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전문의는 “경증으로 끝나는 것인지 아닌지는 인체의 면역체계에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면역력은 청소년기에서 절정을 맞고 40대에서 절반으로 70대에서 10% 이하로 떨어진다. 당연히 노인층의 폐렴 위험이 높은 이유”라고 말했다.

기침은 이물질을 내뱉는 방어체계 중 하나이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기도까지 침입하면 기도 표면에 있는 센서가 이물질을 감지해 뇌에 전달하고 뇌는 즉각 후두부에 이물질을 토해내라고 지시한다. 이게 기침이다. 기도에는 고운 털(선모)이 상시 움직이면서, 이물질의 침입을 막는다. 선모가 이물질을 잡아채 컨베이어벨트처럼 입으로 가져가 기침 등으로 내보내는 원리다. 이 때문에 보통 병원체는 하기도에 도달하기 전에 내보내진다. 그런데 나이가 들거나 당뇨병이나 심장질환 같은 지병이 있으면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은 ‘바이러스성 폐렴’이지만, 건강한 사람이 감염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세균성 폐렴에 속한다. 세균성 폐렴은 바이러스보다 진단이나 치료가 더 쉽다. 폐렴구균과 황색포도상구균과 같은 세균이 기도의 맨밑바닥 ‘폐포’에서 증식하여 염증을 일으키는 것이 세균성 폐렴이다. 고열이 나고 기침과 함께 노란색이나 녹색 타액이 나온다.

반면 바이러스성 폐렴은 병원의 진단영상에서 얇은 흐릿한 그림자만 나온다. CT(컴퓨터 단층촬영)가 아니면 모를 정도로 흐릿하다. 세균성 폐렴은 진단 영상에서 짙은 그림자가 나오는 데다 노란색이나 녹색으로 나오기 때문에 알기 쉽다. 지금까지 바이러스성 폐렴이 세균성 폐렴에 비해 진단이 어려운 것은 이런 이유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세균이나 박테리아 폐렴은 항균제(항생제)를 투여하면 증상이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바이러스성 폐렴의 경우 항바이러스 치료제 즉 백신이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감염력이 강한 데는 무증상 감염자에게서도 바이러스가 배출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에 대한 의학적 판단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미지의 바이러스라는 의미다.

감염병 관련 전문의들에 따르면 예방법으로 ‘철저한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을 하면 직접 감염은 막을 수 있다고 한다. 비누로 30초 이상 제대로 씻는 것이 중요하다. 노로바이러스와 달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알코올로도 소독이 가능하다. 마스크 착용의 경우 직접 치료보다는 간접적인 예방효과가 크다. 마스크를 쓰면 목구멍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는다. 목구멍이 건조해지면 기도의 방어체계가 약해지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쓰면 목구멍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는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 마스크를 쓰면 무심코 코와 입을 만지는 행위를 막을 수 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