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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시 체온계 지원했지만…현장에선 “쓰기 어려워”

서울시가 각 자치구에 보낸 체온계. 귀에 꽂아 쓰는 접촉식 체온계다. A자치구 제공

“쓸 수도 없는 것을 보내줘서 난감합니다.”

 

서울의 한 자치구는 최근 서울시로부터 디지털체온계 50여개를 지원받았다. 서울시가 동주민센터를 통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쓸 수 있게 하라며 보낸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체온계가 많이 필요한 시점이기에 반가운 선물이었다. 그러나 상자를 열어본 후 반가움은 난감함으로 바뀌었다. 서울시가 귀에 넣고 쓰는 접촉식 체온계를 보낸 것이다. 해당 구 관계자는 “요즘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이 예민해서 주로 몸에 닿지 않는 비접촉 체온계를 사용한다”며 “쓸 수 없어서 그냥 보관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16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디지털체온계 1300여개를 마련해 이중 1100개를 25개 자치구에 보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동주민센터 등을 통해서 자신의 체온을 측정해달라는 주민들이 늘면서 각 동주민센터에서 체온계 부족 문제를 겪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가 구입한 접촉식 체온계는 1개당 7만7000원가량으로, 1300개를 사는데 1억원이 넘게 들었다. 서울시는 이날 ‘동 주민센터서 체온 측정 서비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체온계 공급으로 425개 주민센터에서 좀더 원활한 (체온 측정) 서비스를 실시 할 수 있게 돼 체온계 부족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서울시가 보낸 체온계는 귀 안에 넣고 측정하는 접촉식 체온계인데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는 상황이어서 사람들이 자신의 귀에 체온계를 넣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체온계 끝에 꽂아쓰는 일회용 필터도 같이 보낸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마련한 일회용 필터는 총 2만여개로, 체온계 하나당 18개 꼴로 돌아간다. 체온계를 18번 이상 사용하려면 각 자치구에서 추가로 필터를 구입해야한다.

 

비접촉식 체온계. 세계일보 자료사진

일부 자치구들은 “현장 상황을 모르는 결정”이라고 꼬집는다. A구 관계자는 “요즘 상황이 상황인만큼 주민들이 다른 사람 귀에 넣었던 체온계를 자신의 귀에 넣는 것 자체를 꺼려한다. 필터가 아무리 성능이 좋다고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B구 관계자도 “평소라면 덜 예민할 수도 있지만 요즘은 다들 예민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주민센터 등에서 체온계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요즘 체온계가 동이 난 상태라 비접촉식 체온계를 구하기 어려웠다”며 “급하게 필요한 상황이라 우선 접촉식 체온계를 샀다. 필터를 갈아끼고 소독을 잘하면 접촉식 체온계를 사용해도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비접촉씩 체온계도 추가 구입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비접촉식 체온계 판매업체와 이야기 중이다. 수량 확보 중”이라며 “구매 계약이 성사되면 비접촉식 체온계도 구매해서 자치구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