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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장모, 100억대 허위 잔고증명서 놓고 진실공방

윤석열 검찰총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 후 집무실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 최모(74)씨의 ‘잔고증명서 위조’를 놓고 진실공방이 재점화 됐다. 윤 총장 장모의 동업자 안모(58)씨는 ‘최씨가 먼저 위조된 서류를 갖고 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씨 측은 “사기범의 덫에 걸린 것일 뿐 최씨는 피해자”라고 반박했다.

 

최씨 측 변호인인 이상중 변호사는 20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안씨가 최씨를 속이기 위해 주도적으로 접근했고 결국 최씨가 당한 것”이라며 “최씨의 사위가 검찰총장이라는 점 하나로 사건을 키우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씨 측 “안씨에게 속았다”

 

최씨 측의 주장은 이랬다. 안씨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 10여년 근무했고 직장선배 A씨의 비리를 대신 책임지고 사표를 나왔다며 최씨를 속였다. 안씨는 A씨가 결국 캠코 임원자리에 올랐고 자신의 양오빠인 안병호 전 재경부 차관이 곧 캠코 사장으로 취임할 것이라는 등 자신의 배경을 부풀렸다. 안씨는 이미 최씨에게 수십억원을 빌려 간 상태였다.

 

이후 안씨는 2013년 A선배가 경기 성남의 도촌동 토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힘써주겠는 약속을 받았다며 최씨에게 접근했다. 이 변호사는 “도촌동 땅은 가치가 높아 보이지만 개발 제한이 걸린 곳”이라며 “안씨는 ‘양오빠가 도지사를 만나면 곧 제한이 풀리게 되고, 이 사업만 잘되면 빌린 돈도 한 번에 갚을 수 있다’면서 가짜 잔고증명서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안씨의 말을 듣고 2013년 4월1일 날짜로 100억원이 들어있는 한 저축은행의 허위 증명서를 만들었다. 이 가짜 서류에는 저축은행대표의 직인까지 찍혀 있었다. 최씨는 인터넷에 있는 그림을 캡쳐해 붙이는 방식으로 증명서를 위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 측 변호사는 “최씨의 사위가 검사라는 점, 최씨가 빌린 돈 일부를 갚은 점, 또 최씨에게 범죄를 유도하고 수사 과정에서 먼저 허위 증명서 이야기를 꺼낸 점 등을 보면 피해자가 고소 못 하도록 교묘히 준비한 범죄로 보인다”며 “최씨는 안씨에게 50억원을 피해 본 데다가 잔고증명서까지 속아 뺏긴 피해자”고 강조했다. 이어 “최씨가 위조한 증명서로 피해를 봤다며 고소하는 사람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350억원대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 의혹을 받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의 동업자로 알려진 안모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의정부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뉴시스

◇안씨 “최씨가 알아서 위조했다”

 

안씨는 최씨 측과 반대의 의견을 내놨다. 서류 위조는 돈을 벌기 위한 최씨의 단독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안씨는 지난 19일 의정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효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당시 안씨는 “최씨가 투자를 제의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또 “통장 잔고 증명서를 지시한 적이 없느냐”는 물음과 “최씨 자기 마음대로 (증명서를 위조)한 거냐”라는 문의에도 “예”라는 답을 내놓고 청사 안으로 들어섰다. 

 

안씨의 말은 2016년 재판 때 “자신이 직접 증명서 위조를 지시했다”고 한 진술과 배치된다. 안씨는 당시 법정에서 “통장 잔고 증명서 위조를 지시했다”고 인정했다. 증인으로 출석했던 최씨는 “통장 잔고 증명서를 위조했지만 고의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안씨는 최씨의 돈 50억원 이상을 가로채 2016년 7월 징역 5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최씨에게 돈을 일부 돌려준 점과 일부 무죄로 징역 2년6월로 감형됐고, 2017년 10월 형이 확정됐다.

 

양측의 주장이 갈리는 상황인 만큼 검찰은 최씨를 불러 조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검찰은 최씨의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최씨 측 변호사는 “고령의 최씨 얼굴이 노출되는 등 인권 문제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소환조사에 임해 잔고증명서를 요구한 안씨의 계획적인 접근과 안씨가 최씨를 속인 과정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추미애·윤석열, 관련 사건 보고받지 않아”

 

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은 관련 내용에 대한 보고를 전혀 받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 장관은 윤 총장 장모 건에 대해 ‘대검찰청에서 보고받지 않기로 한 사건’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법무부 역시 사건에 대한 보고를 추 장관에게 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 고위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도 법무부에서 추 장관에게 보고한 적 없다”며 “수사는 결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령인 검찰보고사무규칙 제2조에는 ‘각급 검찰청의 장이 상급검찰청의 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동시에 해야 하지만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는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한 후 상급검찰청의 장에게 보고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가족과 관련된 사건인 만큼 윤 총장이 보고받지 않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추 장관이 직접 사건을 챙길 수 있다. 

 

검찰은 법무부에 사건이 보고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윤 총장이 장모가 연루된 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지 않겠다고 해 어떤 상황인지 전혀 모른다”며 “의정부지검에서 따로 사건을 법무부에 보고했는지조차도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정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