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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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코로나19 중국 책임론

스페인 독감은 1918년부터 2년간 지구촌을 휩쓸면서 약 5억명을 감염시켜 그중 5000만∼1억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로부터 100여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발원지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1차 세계대전 때 미 캔자스주 병영에서 발병했다는 설과 프랑스 북부 에타플 지역에 주둔했던 영국군에서 처음 발생했다는 설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중국 북부지방에서 처음 발생해 중국인 이주민을 통해 유럽으로 번졌다는 주장도 나온다. ‘스페인 독감’이라 불린 것은 당시 중립국인 탓에 보도검열이 없던 스페인에서 독감 사망사례들을 처음 보도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발원지 논쟁이 뜨겁다. 프랑스의 바이러스학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뤼크 몽타니에 박사는 최근 “코로나19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 우한연구소가 바이러스 온상이라는 음모론에 불을 질렀다. 비슷한 시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우한 실험실 유출설이 “타당해 보인다”고 했다. 미국의 한 법무법인은 40개 감염국의 1만명을 대리해 중국에 총 6조달러(약 7400조원)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플로리다주 법원에 제기했다.

중국은 펄쩍 뛴다. 외교부는 “근거 없는 공격을 중단하라”고 반발했다. 관영 매체와 관변학자들은 “우한에서 발병했지만 발원지는 중국이 아닐 수 있다”, “미국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한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베이징 군사의학연구소를 시찰하면서 “발원지를 반드시 밝혀내라”고 지시했다. 이 논쟁의 시시비비가 단기간에 가려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중국은 초기 대응에 실패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코로나19는 작년 11월 중순 우한에서 처음 발병해 전파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두 달여 동안 발병 사실을 숨겼다가 1월 하순에야 공식 발표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때 시민 500만명이 우한을 떠난 후였다. 그로부터 3개월도 되지 않아 전 세계에서 감염자가 24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17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음지에서 창궐하는 역병의 치료는 투명한 정보공개와 과학적 대응에서 시작돼야 한다.

주춘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