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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연 “기부금 부정사용 없었다”… 내역 공개는 거부

기자회견 열어 해명 나서 / “3년간 기부금 41% 할머니 지원 / 수혜자 수 표기 일부 부정확 사과” / ‘김복동 장학금’ 내부자 지급 논란 / “활동가 자녀에 준 게 왜 문제냐” / 윤미향 위안부 합의 사전 인지 / “공유된 정보 언론 보도 내용 수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위한 기부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등의 논란에 휩싸인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가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에 나섰다. 정의연은 “기부수입 중 41%를 피해자 지원에 썼다”며 제기된 의혹을 부인했지만, 회계 투명성에 대해서는 일부 표기에 부정확한 부분이 있었다며 사과했다.

11일 정의연은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반 기부금 수입 22억1900여만원 가운데 피해자 지원사업비를 9억1100만원(41%) 사용했다고 밝혔다. 일반 기부금 수입은 같은 기간 정의연의 총 기부금 수입 35억4600여만원 중 수요집회, 쉼터 운영 등으로 쓰임이 지정된 목적지정기부금을 제외한 액수다. 그러면서 정의연은 “피해자 지원사업은 후원금 전달뿐 아니라 건강 치료 지원, 인권·명예회복 활동 지원, 정기방문, 외출동행, 정서적 안정 지원, 쉼터 운영 등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다.

정의연은 지난해 수요집회를 통해 모금한 금액은 약 460만원으로, 전액 수요시위 진행에 사용했다고 밝혔다. 또 수요집회에 사용되는 예산이 연간 1억1000여만원가량이라고도 설명했다. 공시한 기부금 사용 내역 중 피해자 지원사업 항목의 수혜자 수가 99명, 999명 등으로 기재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데이터가 깔끔하게 처리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드리고, 실무적으로 미진한 부분을 고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정의연은 세부내역 공개 요구에 대해서는 “세상 어느 NGO(비영리단체)가 활동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느냐”면서 “왜 이 기준을 기업들에는 적용하지 않는지 가혹하다고 생각한다”고 답변을 피했다.

이날 정의연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를 기리겠다며 만든 ‘김복동 장학금’이 정의연 이사 자녀 등에게 지급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성희 인권연대처장은 “해당 이사는 정의연이 아닌 정대협 실행이사였다가 그만뒀고, 활동가의 자녀에게 200만원 장학금을 전달한 게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왼쪽 두 번째)이 11일 서울 마포구 인권재단 사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후원금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 사무총장은 회계 투명성에 대해 일부 표기에 부정확한 부분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남정탁 기자

또 정의연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이 정부 발표 전에 2015년 12·28 위안부 합의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윤 전 이사장이 외교부로부터 어떤 내용을 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시 공유됐던 것은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윤 당선인의 이사장 시절 급여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수준으로 아주 적은 인건비를 받고 30년 동안 활동했다”면서 “주말을 포함해 전국을 다니며 한 수많은 강연에서 받은 금액 전액을 정의연에 기부한 사람”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당선인과 관련된 각종 의혹 제기에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에 나온 이야기만 듣고 판단하지 말고 진중하게 사실관계를 파악해 대응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세계일보 통화에서 “아직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벌이는 등의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강병원 의원은 CBS라디오에 나와 “기부금을 어떻게 썼는지에 대해선 어떤 과정이든지 투명하게 밝혀질 것이라 생각한다”며 “개인적 유용 같은 부분이 있다면 (윤 당선인이)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에 빗물이 맺혀 있다. 연합뉴스

반면 미래통합당은 윤 당선인 의혹과 관련해 “정치 공세라고 왜곡하지 말고 정치·도의적 책임을 다하라”며 여권에 진상조사 실시를 촉구했다. 통합당 조해진 당선인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윤미향 당선인 자녀가 미국 유학을 하고 있다”며 “1년에 학비·생활비가 적게는 5000만원, 많게는 1억원까지 들어간다. 세금을 토대로 계산해 보면 윤 당선인과 부군(남편)의 1년 수입은 5000만원 정도이고, 1인당 2500만원밖에 안 되는 거로 계산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녀가) 장학금을 받는다고 했지만, 생활비는 들기 때문에 의혹들이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성금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는 지난 7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연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해 후원금을 쓰지 않고 있으며, 수요집회도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

이나영 이사장은 기자회견 시작 전 “지난 30년간 이 운동을 같이 해오며 가족같이 지내셨던 할머니의 서운함·불안감·분노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이번 사태 촉발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의연은 이번 논란을 계기로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의 관계와 앞으로의 운동 방향 등을 재설정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유지혜·이종민·최형창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