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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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전동킥보드

집주변 산책로나 도심 거리마다 스마트 모빌리티 또는 퍼스널 모빌리티(개인이동수단)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전동휠, 전동킥보드, 전기자전거, 전동스케이트보드 등 종류도 다양하다. 여름철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걷는 내 옆으로 바람을 가르며 지나가는 이들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다.

시초는 ‘왕발통’으로 불리는 세그웨이(Segway)로 알려져 있다. 미국 발명가 딘 카멘이 2001년 개발한 전동휠 제품이다. 출시 전부터 스티브 잡스, 제프 베조스 등 유명인들로부터 극찬과 함께 투자 제의를 받았다. 자이로스코프가 내장돼 몸의 중심 이동에 따라 움직이는 원리다.

요즘 대세는 전동킥보드다. 손잡이에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장치가 달려 있어 전동휠보다 조작이 쉽다. 초보자들에게 인기다. 몇 년 전 수백만원이던 가격도 보급형이 나오면서 50만∼100만원대로 내렸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검색·예약·결제가 가능한 공유서비스도 등장했다. 코로나19로 대중교통 이용을 망설이는 직장인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빅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킥보드앱 이용자(안드로이드 기준)는 4월 21만4000여명으로 지난해보다 6배 증가했다. 그동안 전동킥보드는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돼 차도 통행, 안전모 착용, 운전면허 등의 규제를 받아왔다. 스마트 모빌리티 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지적에 따라 전동킥보드를 ‘자전거 등’으로 분류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얼마 전 국회를 통과했다. 12월부터는 운전면허 없이 13세 이상이면 자전거도로를 통행할 수 있다.

문제는 안전이다. 전동킥보드에는 ‘킥라니’라는 오명이 따라다닌다. 고라니처럼 불쑥 튀어나오는 일부 몰지각한 이용자들 때문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사고는 2016년 49건에서 2019년 890건으로 3년 만에 18배 늘었다. 일부 보험사가 일반 보험의 단체가입 형태로 공유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지만, 개인이 가입할 만한 상품은 없다. 독일은 보험가입을 의무화했지만, 우리는 아직 명확한 기준이 없다. 전동킥보드 시장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실용성 높은 친환경 이동수단이라는 게 매력적이지만, 안전이 우선이다.

김기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