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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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美 대선까지 北·美 회담 가능성 낮아”… 외교문은 열어놔

브뤼셀포럼서 밝혀 / 표면상 ‘코로나19 확산’ 이유 들어 / “하노이 회담 결과 어느정도 예측 / 우리 목표, 최종적·완전한 비핵화” / “향후 협상 北에 달려”… 대화 의지 / 한·미, 비건 이달 방한 조율 나서 / WFP 통한 1000만달러 北지원 / 정부, 일단 보류… 재추진 시점 검토

북한과의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사진)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11월 미국 대선까지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북한에 외교의 문이 열려 있다고 밝혔다. 대북특별대표로서 미국의 협상 의지를 부각해 북한의 호응을 촉구하고 실무협상을 통한 비핵화 진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북한의 잇단 압박행보로 인한 상황 악화를 방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비건 부장관은 이르면 7월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양국 당국이 조율 중인 것으로 30일 알려졌는데, 비건 부장관이 방한해 북한에 메시지를 발신한다 하더라도 이는 대선 후 협상을 위한 포석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는 분석이다.

 

◆비건 “대선까지 정상회담 가능성 낮아”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29일(현지시간) 싱크탱크 저먼마셜펀드가 주최한 ‘브뤼셀포럼’에 화상으로 참석해 북·미정상회담 전망에 대한 질문에 “지금과 미 대선 사이에 아마도 그럴 것 같지 않다고 본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표면상의 이유로 들었지만, 일단 대선까지 북한과의 전격 정상회담 가능성은 닫은 것이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포럼에서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북한 협상팀에 핵무기 관련 논의를 할 권한이 없었다면서 “그 정상회담에서 나온 결과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했다”고 말했다.

 

비건 부장관은 그러면서도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북한, 양쪽이 원하는 방향으로 상당한 진전을 만들어낼 시간이 여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과 합의를 하는 것은 우리(미국)한테만이 아니라 북한에 달려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아주 견고하고 세부적인 계획을 제시했으며 북한이 우리와 협상에 관여한다면 우리는 아주 빨리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건 부장관은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최종적이고 완전한 비핵화”라고 말했다. 미국이 내걸어온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와는 조금 다른 표현이다.

 

한·미 당국은 이르면 7월 비건 부장관의 방한 가능성을 조율하며 실무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간 비건 부장관이 방한하면 대북 메시지를 발신했던 만큼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번에 비건 부장관이 방한하게 되면 카운터파트는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된다. 대북특별대표로 함께 일해온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도 만날 예정이지만, 방한 의제가 대북 이슈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부, 남북관계 악화로 국제기구 통한 대북지원 재추진 시점 검토

 

통일부는 이날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영유아·산모 지원사업에 1000만달러(약 120억원)를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남북관계 경색으로 보류하고 재추진 시점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북한 영유아·산모 대상 인도적 지원을 지속해 나간다는 입장하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부터 WFP와 공여 방안에 대해 협의해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당국자는 “(통일부 장관과 데이비드 비즐리 WFP 사무총장 간) 화상면담 이후 WFP의 영유아·여성 지원사업에 공여를 추진하려고 했는데 그다음 날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가 있었고 이로 인해 공여 추진을 보류했다”며 “남북관계 제반 상황을 봐가면서 사업 추진 시점을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통일부는 WFP와 북한의 영유아와 산모에게 식량 등을 제공하는 영양 지원사업을 추진해 왔다. 2014년 700만달러, 2015년 210만달러, 2019년 450만달러를 지원했다.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적 지원의 경우 제재 면제 절차는 해당 국제기구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협의한다. WFP의 경우 올해 안보리 대북제재위에 제재 면제를 받았다.

 

홍주형·백소용 기자, 워싱턴=정재영 특파원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