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주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가 올 상반기 전국 점유율 65%를 돌파했다.
국내 소주 브랜드가 전국 점유율 65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소주를 즐기는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은 ‘참이슬·진로’를 마신 셈이다. 특히 주류대기업인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의 전체 소주시장 점유율이 80%대에 육박해 사실상 국내 소주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14일 주류업계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9개 소주사들의 전국 점유율을 보면 하이트진로가 65.3%로 가장 높았다. 2018년 상반기 전국점유율 첫 50%대를 돌파한 이후 2년 만에 10% 이상 끌어올리며 ‘파죽지세’로 성장하고 있다. 이어 롯데주류 13.2%, 무학 6.7%, 대선주조 4.4%, 금복주 4.0%, 맥키스컴퍼니 2.4%, 보해양조 2.3%, 한라산 0.9%, 충북소주 0.7% 순이다.
하이트진로를 제외한 지방 소주사들은 작년 상반기와 비교해 모두 역성장했다. 일본 불매운동 영향으로 롯데주류가 -7%대 급락한 가운데 무학과 대선주조, 금복주 등이 1∼2대 빠졌다.
하이트진로의 이 같은 상승세는 지난해 출시한 뉴트로 소주 신제품 ‘진로(이즈백)’의 돌풍 때문이다. 소주 1위 브랜드 ‘참이슬’의 견고한 실적도 한몫했다. ‘진로이즈백’은 1970년 출시된 진로 소주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소주로, 지난해 4월 출시돼 13개월 만에 3억병 넘게 팔렸다.
이른바 ‘소맥’ 마케팅도 돋보였다. ‘카스처럼(카스+처음처럼)’이 독주하던 소맥(소주+맥주) 시장에서 ‘테슬라(테라+참이슬)’, ‘테진아(테라+진로이즈백)’가 돌풍을 일으킨 영향이 컸다. 국내 맥주 시장에서 소맥 시장은 시장점유율 확보에 중요하다. 통상 소주 한 병에 맥주 서너 병을 소비하기 때문에 판매량 증진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지방소주사들은 하이트진로에 대항할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등 전략 부재로 갈수록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시장점유율 확대로 소주시장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고 과거처럼 1도(道) 1사(社) 규정이나 ‘자도주(自道酒) 의무구입제도’와 같은 지방소주사 보호를 위한 규제를 만드는 시대는 지나갔다. 소비자들의 선호에 맞춘 제품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올 상반기 소주는 5881만1519상자(1상자 360㎖×30개)가 판매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9년(6096만1825상자), 2018년(6049만3537상자)에 이어 3년째 감소 추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확산되면서 회식 등이 크게 줄어들어 소주판매가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