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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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얼굴의 화웨이 제재… 美, 자국기업 수출 "OK" 한국엔 “아직”

인텔·AMD에 화웨이와 반도체 거래 허가
삼성·SK하이닉스엔 아무런 통보 없어
고스란히 국내업체 매출 손실로 이어져
“강대국 반도체 주권 강화 전략” 분석
사진=AFP연합뉴스

중국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제재로 우리 기업들의 화웨이 거래가 열흘째 중단되고 있다.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화웨이와 거래하려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미국 정부의 승인이 내려지지 않아 수출길이 막힌 것이다.

업계에서는 불과 1년 전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일본의 수출 규제로 반도체 소재를 수입하기 위해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던 때를 상기시킨다는 반응이 나온다. 반도체 산업과 얽힌 각국의 패권 경쟁으로 우리 기업이 강대국의 지휘에 휘둘리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 가운데 미국 정부의 화웨이 수출 승인을 받은 곳은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최근 미국의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AMD는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 화웨이와 거래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달 제재안에서 “제3국 반도체 기업도 미국의 소프트웨어와 기술·장비를 사용했을 경우, 화웨이에 납품하기 전에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반도체는 미국의 원천기술이나 장비 없이 생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재안에 따라 한국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화웨이에 수출할 수 있는 것이다.

화웨이는 중국 기업이지만,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3대 주요 고객사 중 한 곳이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제가 우리 기업엔 매출 타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 부문에서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했다.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의 대한국 수출허가 방식을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로 전환한 것이다. 소재 의존도가 높았던 우리 기업들은 재고를 축적하는 한편, 일본에서 소재를 수입하기 위한 승인을 기다려야 했다.

업계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서 반도체가 핵심 기술로 부각되면서 각국의 패권 경쟁이 갈수록 짙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강대국들은 ‘반도체 주권’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투자와 인재 확보에 노골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6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에서 선두에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들도 세제혜택과 연구개발(R&D) 등의 명목으로 정부의 지원을 일정 부분 받고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의 매출 대비 정부 지원금 비중은 퀄컴이 3%, 인텔이 2.2%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0.8%, 0.6%에 불과했다. 중국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공격적인 M&A에 나서며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2010년 2%에 미치지 못했던 중국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5%까지 성장했다. 전경련은 “반도체를 둘러싼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