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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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 20일 만에 또 멈춘 한빛원전 5호기

정비기간 교체된 증기발생기
부하변동 시험 중에 자동 정지
원자로 헤드 부실공사 의혹도
당분간 재가동은 쉽지 않을 듯
시민단체 “철저한 원인 규명을”
정비를 마치고 가동 중에 자동 정지된 한빛원전 5호기. 한빛원전 제공

정비를 마치고 가동한 지 20일 만에 새로 교체한 증기발생기에서 문제가 발생해 자동으로 발전이 정지된 전남 영광 한빛원전 5호기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1일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자력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한빛 5호기(가압경수로형·100만㎾급) 원자로가 자동으로 정지됐다. 한빛 5호기는 증기발생기 교체에 따른 발전소 부하변동 시험 중 증기발생기에서 고수위 현상이 발생해 원자로가 자동으로 멈췄다. 발전소 부하변동 시험은 출력을 100%에서 35%까지 낮추면서 제어계통이 정상 작동하는지 여부와 안정 상태 유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조사에 나선 원자력안전위는 “신규 증기발생기 안전성 확인 검사인 원자로 출력 급감발계통 시험 중 증기발생기 수위가 높아져 원자로가 자동 정지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계획예방정비 기간에 한빛 5호기의 증기발생기 2개 교체와 원자로 상부헤드 관통부 개선 후 지난달 6일 발전에 들어갔지만 20일 만에 가동이 정지된 것이다.

 

여기에 한빛 5호기는 원자로 헤드 부실 공사 의혹까지 불거져 관계 기관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수원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계획예방정비(4∼10월) 기간에 진행된 한빛 5호기 원자로 헤드 관통관 보수·용접 작업 과정을 재점검하고 있다.

 

당시 작업 과정이 촬영된 동영상을 점검해 작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확인하고 있다.

 

인코넬 690 재질로 용접해야 하는 부위에 스테인리스 재질을 잘못 사용했다는 의혹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표면을 그라인더로 갈아내는 작업을 하지 않고 인코넬 690 재질로 덧씌웠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로 헤드에 연결된 관통관 84개를 모두 조사해야 하는 데다 6개월의 작업 과정을 전부 들여다봐야 하는 작업이어서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증기발생기 문제에다 원자로 헤드 부실 공사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당분간 가동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한빛원전 6기(1∼6호기) 중 3기(3∼5호기)가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3, 4호기는 격납건물에서 다수의 공극(구멍)이 발견돼 2∼3년 이상 정비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한빛원전이 격납건물에 이어 원자로 헤드 부실 공사 의혹 제기로 지역사회에서는 철저한 원인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빛원전민간환경·안전감시위원회와 한빛원전 특별위원회는 정비 작업을 한 한수원과 두산중공업에 공문을 보내 의혹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빛원전민간환경·안전감시위원회 관계자는 “그동안 부실 공사 의혹을 계속 제기했는데도 한수원은 ‘가동해도 안전하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사실 확인에 소홀했다”며 “지역의 안전이 걸린 문제인 만큼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고 문제가 확인되면 원자로 헤드 교체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광=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