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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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맞춤형 문제” “보너스”… 수능 한국사 20번 논란

윤희숙, 수능 한국사 20번 공유하며 ‘단상 공유’ 원하기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한국사 20번 문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한국사 문제 중 하나가 변별력을 잃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해 너무 쉬운 문제를 출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능이 끝난 지 하루 만인 4일 수능 한국사 20번 문제에 나온 객관식 선택지가 터무니없어 수능 문제로 난도를 아예 잃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공개한 한국사 20번 문제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연설문이 보기로 주어지고 ‘해당 연설이 행해진 정부에서 추진한 정책’을 고르라고 지시했다.

 

보기 지문은 ‘지난해 남과 북은 유엔에 동시 가입한 후 대결과 단절의 시대를 끝내고 평화와 공영의 새 시대를 열기로 합의했다’고 시작한다. 1991년 남북이 채택한 남북기본합의서에 관한 내용이었다. 답은 ‘남북 기본 합의서를 채택하였다’고 말한 5번 선택지였다.

 

문제는 1∼4번 선택지가 아예 현대사회를 벗어난 시대에 관한 내용이었다는 점이다. 1번은 ‘당백전을 발행하였다’(조선시대), 2번은 ‘도병마사를 설치하였다’(고려시대), 3번은 ‘노비안검법을 시행하였다’(고려시대), 4번은 ‘대마도(쓰시마섬)을 정벌하였다’(고려·조선시대)는 선택지였다. 이 문제에 배정된 점수는 3점이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은 이 문제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고 “어떤 생각이 드시냐”고 물었다. 윤 의원은 “날카롭거나 재치가 번뜩이거나 느긋하거나 식견이 스며나오거나 단상을 나눠달라”고 적었다. 일부 누리꾼은 문재인정부가 집중한 남북관계 개선을 겨냥해 ‘정부 맞춤형’ 문제라는 주장도 펼쳤다. 이들은 댓글에 “대놓고 정치 편향을 주입하느냐”며 “세뇌교육도 아니고 해도 너무하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 뉴스1

일각에서는 윤 의원이 현 정권과 상관없는 문제를 이용했다고 비판하는 입장도 있었다. 이들은 “노태우정부 때 채택한 합의서인데 이게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느냐”며 “윤 의원에게 실망했다, 새로운 버전의 색깔론이냐”고 그를 비판하기도 했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치적 논쟁을 떠나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비판과 수험생을 위한 ‘보너스 문제’라는 주장이 상충했다. “너무 쉬운 것 아니냐” “초등학생 문제”라는 의견을 낸 누리꾼도 있는 반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들던 수험생에게 한 문제라도 더 맞추라고 낸 문제인가” “한국사에 관심이 엄청 낮은데 이를 반영한 것인가”라는 추정도 있었다.

 

수능 출제본부는 한국사 영역에 대해 “한국사에 대한 기본소양을 갖췄는지 평가하기 위해 핵심적이고 중요한 내용을 중심으로 평이하게 출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문항의 소재는 8종 교과서에 공통으로 수록돼 있는 내용을 활용했다”며 “특정 교과서에만 수록된 지엽적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