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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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줄 알아야지"…영국, 사상 처음으로 유니세프 지원 받는다

최고 대응 단계인 3단계가 내려진 런던의 모습. 런던=EPA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에 타격을 받은 영국이 사상 처음으로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 지원을 받는다.

 

유니세프가 1946년 설립된 이래 영국의 굶는 어린이를 지원하는 것은 75년 만에 처음이다.

 

다수 현지 매체는 “유니세프가 코로나19 영향으로 끼니를 거르는 결식아동 대상으로 식료품을 전달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니세프는 지금이 2차 세계대전(1939~45) 이후로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진단했다.

 

유니세프는 성탄절 연휴와 봄방학 때 런던 남부지역 학교 25곳에 아침 식사를 제공할 비용 2만5000파운드(약 3천700만원)를 현지 자선단체인 스쿨푸드매터스(School Food Matters)를 통해 지원한다.

 

유니세프는 식품 배달업체 아벨&콜에 4500파운드(약 668만원)를 지원해 과일과 채소를 음식 상자에 넣기로 했다.

 

앞서 지난 5월 영국 식량재단이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에 의뢰한 조사 결과에서 아동 240만명이 식량 위기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지난 10월에는 90만명의 아동이 추가로 무료급식을 신청했다.

 

유니세프 애너 케틀리 영국 사무소장은 “영국에서 유니세프가 첫 긴급조치를 한다”면서 “전례 없는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영향을 줄이고 어려운 가정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팬데믹의 충격이 큰 가운데 이번 지원은 더 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아동이 굶주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장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무료급식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대표 스테파니 슬레이터는 “시의적절한 유니세프의 지원에 감사하다“며 “지난 여름방학 당시 많은 가정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겨울에도 무료급식이 없이는 힘겨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너무 많은 어린이가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시민사회에만 계속 의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야당인 노동당의 앤절라 레이너 부대표는 “우리나라의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유니세프가 개입해야 한다는 사실은 불명예”라고 말문을 열었다.

 

계속해서 “보리스 존슨 총리와 리시 수낙 재무장관은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우리는 세계 최부유국인데 우리 아이들이 전쟁이나 자연재난에 대응하는 인도주의적 자선단체의 도움을 받게 하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유민주당 에드 데이비 대표도 “보수당에 수치스럽고 충격적인 날”이라며 “이 나라 어떤 아이도 배가 고프면 안 된다. 정부는 이를 막을 수 있지만 하지 못했다”고 가세했다.

 

이에 영국 정부 대변인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최저소득 계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생활임금을 올리고 복지를 강화했고 겨울에 아이들과 가족들이 따뜻하게 지내고 식사 할 수 있도록 1억7000만파운드(약 2527억원) 규모 겨울 보조금 정책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김찬영 온라인 뉴스 기자 johndoe9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