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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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에 성인용품 소재 작품… 여성예술인들 ‘반발’

국립현대미술관·SBS문화재단 ‘2020 올해의 작가’ 추천
리얼돌 소재 작품 정윤석 작가 후보에 올라 논란 ‘가열’
시각예술분야 여성예술가 네트워크 “후보 자격 박탈하라” 촉구
'2020 올해의 작가상' 정윤석.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의 ‘2020 올해의 작가’ 추천 전시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내년 2월 결정될 ‘올해의 작가’ 후보 4명 중 정윤석 작가가 내놓은 성인용품 소재 작품에 대해 미술계 내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시각예술분야 여성 예술가 네트워크 ‘루이즈 더 우먼’은 지난 9일 낸 성명에서 “국공립 수상 제도의 상징적 권위와 수천만원 상당의 공공지원금을 받아 진행된 올해의 작가상에서 물화된 여성 이미지의 재현은 공공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립현대미술관은 국·공립 예술기관으로서의 책임을 지고 작가 정윤석의 후보자격을 박탈하라”고 촉구했다. 또 “추후 기관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심사제도에서 추천위원 및 심사위원의 여성 성비가 50% 이상이 되도록 규정하고 책임있는 사후 대처를 수행하라”고 덧붙였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작가 김민애, 이슬기, 정윤석, 정희성 4명이 올해의 작가상 후보로 추천돼 지원금 4000만원을 받아 약 1년간 준비한 결과물을 내놓고 전시를 시작했다. 이 가운데 정윤석 작가의 소위 ‘리얼돌’이라 불리는 성인용품 소재 작품이 가지는 성적 폭력성을 놓고 논란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전시를 관람한 시민들이 국립현댄미술관 소셜미디어 계정에 전시중단을 요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도권 지역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미술관 휴관에 따라 현재 전시는 일시 중단된 상태다. 

 

‘루이즈 더 우먼’은 이 소재에 대해 “여성 성별에 특정된 성적도구화를 전제하고 있으며 인간 보편의 문제를 중립적으로다룰 수 없다”며 “실존하는 여성의 신체를 성적인 목적으로 왜곡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이미지를 통해 ‘인간다움’을 보여주겠다는 시도는 그 의도부터 기만”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동시대 예술가는 논쟁적인 이슈를 단순히 수집하고 전시하는 조악한 수준을 넘어, 차별적 기반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예술 형식에 대한 진지한 탐구를 통해 자신의 미적 주장을 관철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을 향해서도 “국립 미술관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안온한 태도로 묵과하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며 이러한 작가와 작업을 선정한 올해의 작가상 심사위원 및 의사결정권자들은 합당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오늘의 예술은 더이상 여성에 대한 착취와 폭력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 단체는 지난 8월 결성을 밝히는 글에서 “2016년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고발 이후 변화하지 않은 미술계의 침묵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모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21일 이 단체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 발표된 성명에 이용자 2800여 명이 호응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