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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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출생보다 많은 사망, 韓보다 먼저 경험한 日은 지금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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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출생자 수는 27만 여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데 비해 사망자 수는 30만명을 넘으면서 인구가 자연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보다 사망자가 많은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것이다.

 

반면 60대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4분의 1 수준에 달해 일본처럼 고령화가 심화했다.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일본을 보면 인구감소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동시에 가진 양날의 칼과 같다.

 

일본의 인구감소의 여러 긍정적 측면 중에는 노동자의 권리가 상승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전 사실상 완전고용을 달성해 과거 ‘취업빙하기’(버블경제 붕괴 후 장기간 경기침체로 인한 고용 대란)로 꿈마저 접었던 지금 기성세대와 달리 요즘 젊은 세대는 졸업 후 자신이 꿈을 이루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반면 인구감소로 인한 부정적 측면 중에는 △디플레이션이 계속되고 △경제가 축소한 반면 △일손 부족 현상으로 해외 인력에 의존하게 되며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자산 가치 하락에 더해 △사회 전체의 고령화로 인한 각종 사회복지비용 증가와 이에 따른 세금 인상 등 다양한 문제가 쏟아져 나왔다.

 

이밖에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고독사와 이미 한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수도권 집중현상 등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자리 잡고 있다.

 

◆韓보다 먼저 경험한 日은 지금

 

최근 동양경제, NHK 등 일본 언론이 전망한 인구통계와 부작용 중 ‘경제축소’,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자산 가치 하락’, ‘사회복지비용 증가·세금의 인상’ 등 일부를 요약해 보면 일본이 마주한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이 일본처럼 된다는 건 아니니 참고만 하면 좋겠다)

 

먼저 경제축소를 보면 지금처럼 일본의 인구가 감소할 경우 10년 정도 지난 시점에는 노동 가능 인구가 약 500만명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18세 인구의 장래 추계’에 따르면 오는 2028년에 22세가 되는 인구는 106만명으로 1968년생이 18세가 된 1986년 18세 인구 186만명보다 80만명 정도 줄어들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인구가 줄어들면 소비의 중심이 되는 인구도 꾸준히 감소하게 된다.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연금 생활 고령자가 늘면 경제 규모가 축소한다는 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실제 과거 심야 영업 및 연중무휴였던 편의점이나 식당 가맹점 등 일부 업계에서는 줄어든 손님과 일손 부족으로 인해 24시간, 연중무휴 영업이 힘들다고 호소한다.

 

인구감소는 부동산 가치하락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본의 부동산 가치하락은 버블 경제 붕괴로 1차 충격을 받은 뒤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으나 지방 도시의 경우 인구감소라는 2차 충격에 다시 시름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현상이 나타나면서 수도권이나 도심 등 일부를 제외한 아파트, 단독주택의 가격 폭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버블경제 시대 대출을 끼고 5000만엔에 산 부동산이 지금은 절반 이하인 2000만엔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단독주택의 경우 30년 된 주택의 가치는 ‘제로’(0엔)에 가깝다고 한다.

 

즉 자산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신문은 “내 집을 장만한 평범한 일본인은 평생 모은 자금 중 수천만엔이 소멸한 것”이라며 “집은 투자가 아니라 ‘소비’라고 말하지만 ‘생애 자금’(현역 시절 일해서 번 돈)의 상당 부분이 사라진 게 지금 일본인의 평균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생애 자금’의 손실로 노후자금 역시 줄어든 가운데 세금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역 세대인 젊은 세대에겐 세금 인상에 더해 사회복지비용 증가에 따른 각종 소득 공제가 증가하고 있다.

 

신문은 “인구 감소 및 고령화 사회가 심화함에 따라 세수 부족이 나타난다”며 “특히 인구 감소에 직면하는 것이 세수 감소와 사회 보장비 부담 증가다. 2018년도 사회보장 관련 비용은 33조 엔의 예산이지만, 1990년도의 결산 숫자는 불과 11조 5000억엔인 점을 고려하면 10년간 10조엔 씩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같은 추세로 보면 2038년에는 사회보장 관계 비용만 50조엔을 초과하게 된다”며 “축소되는 경제에서 향후 세수가 증가할 가능성은 적지만 세금과 노인 세대를 위한 사회보장 비용은 점점 늘게 된다”고 덧붙였다.

 

세금을 내는 젊은 세대가 줄어든 결과 경기가 위축되고 세수는 줄어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실제 일본에서는 2022년 10월쯤부터 연 소득 200만엔(약 2083만원) 이상인 75세 이상 노인의 의료비 부담이 2배로 증가하게 된다.

 

지난달 10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는 연 소득이 200만엔 이상인 75세 노인이 병원에서 지불하는 창구 부담률을 10%에서 20%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부담률이 10%에서 20%로 상향 조정되는 대상은 무려 370만여 명에 달한다.

 

◆日이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방법

 

인구감소를 해결하는 방법 중 근본적인 대책은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출산율 상승으로는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렵다.

 

신문에 따르면 일단 인구 감소가 시작된 나라가 다시 인구를 늘려 원래 상태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무려 100년이란 긴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이에 일본은 앞서 저출산 인구감소 문제와 마주한 서유럽 국가처럼 외국에서 노동력을 수입하거나 문호를 열어 인구를 늘리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일본은 1993년부터 기능실습생이라는 이름으로 외국인 단순 노동력을 활용해왔는데 지난 2018년 관련법을 개정해 일본에서 일할 기간을 최대 5년으로 크게 늘렸다.

 

또 2019년 개정 출입국관리법은 향후 5년간 최대 35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일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일본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체류 기간이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가족과 함께 10년 이상 장기간 머무는 외국인은 ‘생활인’ 신분으로 일본 사회에 정착하도록 했다. 사실상 이민을 허용한 것이다.

 

치안 등을 고려해, 외국인 노동력 수용은 고도의 전문지식을 보유한 사람들에 한정해온 일본 정부가 극심한 일손 부족에 백기를 들고 취업의 문을 단순 노동 분야까지 활짝 열었다.

 

하지만 일손 부족은 해결되지 못해 어부지리로 코로나19 사태 전 일본은 사실상 완전고용을 달성했다.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일손 부족은 줄었지만 종식 이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뱅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