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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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아들이 갈 곳은 죽는 길밖에 없나요”… 엄마의 청원

“통제 쉽지 않아” 이유로 돌봄시설서 나와
지자체에 자폐1급 장애인 시설 갖춘 곳 없어
“국가차원 발달장애인 케어 시설 설립 바라”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장애인 시설에서도, 정신병원에서도 우리 아이를 받아주지 않습니다.”

 

전남 나주에 사는 A씨는 자폐 1급 아들을 둔 엄마다. 그는 성인이 된 자폐 아들을 맡기 곳이 없어 하루하루 힘든 삶을 살고 있다고 토로했다.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스무살 자폐 아들을 둔 엄마의 눈물겨운 사연이 올라와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지난 11일 올라온 이 청원은 현재 100명 이상이 동의해 관리자 검토 청원으로 변경됐다.

 

청원 글을 올린 A씨는 나주에 산다. 아들 B씨는 자폐1급으로 말을 못하지만 어느 정도 인지능력은 있다. B군은 여섯 살 때부터 최근까지 13년을 전남지역 장애인 돌봄 시설 두 곳에서 생활하며 한 장애인학교에서 초·중·고교 교육과정까지 마쳤다.

 

하지만 돌봄시설에서 생활하던 B군은 최근 자폐 증상이 악화돼 함께 생활하는 입소자들이 불편을 호소했다. 결국 돌봄시설을 일시 나와 집에서 머물고 있다.

 

돌봄시설에서는 증상이 호전되면 B군을 다시 받아 주기로 했지만 일시적으로 머물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전문시설을 찾지 못하고 있다.

 

A씨는 “시골에서 작은 방앗간을 운영하며 근근이 생계를 이어간다”며 “아들이 입원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을 갖춘 병원과 시설을 백방으로 수소문 해 찾아갔지만 모두 허사였다”고 했다.

 

찾아 간 병원과 시설에서 ‘통제가 쉽지 않은 성인이고, 스스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면 입소할 수 없다’고 거절했기 때문이다.

 

지자체에서도 자폐1급 장애인을 돌보는 시설을 갖춘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A씨는 열악한 시설의 자택에서 교대로 아들을 돌보며 방앗간 일까지 분담해서 하느라 주문 받은 떡 배달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B씨 아버지는 “대한민국 그 어디에도 스무 살 된 자폐1급 아들을 돌봐 줄 시설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절망뿐이었다”며 “늦었지만 국가차원에서 발달장애인을 체계적으로 케어해 줄 시설을 꼭 설립해 주길 간곡히 바란다”고 하소연했다.

 

아버지는 또 “지금은 (내)몸이 성해서 아들을 돌보고 있지만 늙고 병들면 누가 아들을 돌봐 줄까 생각하면 눈물이 앞선다”고 말끝을 흐렸다.

 

A씨는 “저희 같은 사람은 대체 어디에 하소연해야 할까요? 제발 답 좀 해주세요. 대통령님, 힘없고 능력 없는 장애아를 둔 부모들의 힘이 돼 주세요. 갈 곳을 만들어 주세요"라고 글을 맺었다.

 

나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