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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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공공기관 이전에 노조 반발…이재명 “균형 발전 위한 조치”

공공기관 직원 “이전 계획은 강제 이주, 노동자 터전 잃어”
이재명 경기도지사 “균형발전 위해 대의 포기할 수 없어”
2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경기도청 앞에서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 회원들이 공공기관 이전 반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경기도가 수원시에 있는 산하 공공기관의 북·동부 지역 이전 방침을 놓고 대상 기관 직원들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최근 경기주택도시공사(GH), 경기신용보증재단 등을 포함한 3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이 발표되면서, 해당 기관 직원들의 반발이 연일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 노조, 날 선 대치…“이전 계획은 강제 이주, 청소 노동자도 삶의 터전 잃어”

 

22일 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과 민주노총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소속 10여명은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역 균형 발전 사업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번 공공기관 이전 계획은 또 다른 ‘특별희생자’인 직원들에게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표됐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3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강제 이주 계획’에 비유하면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임직원뿐만 아니라 저임금을 받으며 새벽 일찍 출근하는 건물청소 노동자분들도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됐다”며 “지금같이 혼란한 부동산 환경에서 집이 있는 사람은 집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데, 이는 헌법이 보장한 재산권에 대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적 대응도 마다치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대한 행정 절차가 진행될 경우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 제기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앞서 이재명 지사가 지난 17일 발표한 3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에는 GH와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연구원 등 7개 기관이 포함됐다. 이곳 직원들만 1100여명으로, 직원 가족까지 함께 이사할 경우 수천 명이 동시에 수원을 떠나야 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페이스북 캡처

먼저 발표된 1∼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은 경기도일자리재단과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경기문화재단 등 8곳이다.

 

해당 기관 직원들은 착공 예정인 GH와 경기신용보증재단의 경기융합타운 신사옥 문제에 대해서도 “(이 지사가) ‘기업 등에 임대하면 된다’고 했는데, 이는 무책임하고 무계획적인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 이 지사 배수의 진…“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어, 사전 협의 마쳐”

 

이들 노조는 경기도가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철회할 때까지 도청 앞 1인 시위 등을 이어갈 방침이다. 

 

반면 이 지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전 계획에 반대하는) 입장을 최대한 고려하고 수렴하겠지만, 균형발전과 공정이라는 대의와 당위는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다”며 계획을 관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역사적으로 볼 때 주요 생산수단인 토지와 군역 등 의무의 배분이 공정할 때 나라는 흥했다”며 “공정성 수호가 의무인 관리가 힘 있는 이들의 횡포에 편승하면 자작농이 소작농으로, 머슴으로, 종으로 순차 전락하고, 강자들은 군역과 조세 등 책임을 피하면서 국력이 취약해져 결국 나라가 망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민, 정치인, 노조의 반발에 따른 정치적 타격을 걱정하는 분도 계시고, 저항 때문에 중도 포기할까 걱정하기도 하지만 해야 할 정당한 일을 포기하는 게 정치라면 그런 정치는 계속할 이유가 없다”며 “경기도정을 위임한 도민의 주권 의지에 따라 도민에게 유익하고 정당한 일은 반발과 저항이 있더라도 도민을 믿고 반드시 관철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3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 발표를 앞두고 ‘해당 기관 직원들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노조 등의 지적에 대해선 “이전 대상 기관은 도청 담당 부서에서 이달 15일 사전 협의를 했다”며 “도의회와도 각 주무 부서 상임위원회와 16일 사전 협의를 마쳤다”고 설명했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