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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량 70% 화석연료 의존… 英·獨보다 더 가파른 감축 과제 [가보지 않은 길 ‘2050 탄소중립’]

정부, 1억t 탄소 흡수 어떻게

국제사회 ‘탄소중립=탈석탄’ 인식
주요 선진국 석탄 남겨둔 경우 없어
재생에너지·원전 등 이슈도 걸림돌

2050년 연간 배출량 6억t 줄여야
잔존 9500만t은 포집·활용·저장
英·獨은 한국보다 덜 배출, 덜 흡수
G7서도 최대 화두는 기후변화 최근 영국 콘월에서 열린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의 최대 화두는 탄소 배출량 감축을 통한 지구 기후변화 해소였다. 사진은 G7 초청으로 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기후변화를 주제로 대화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에서 논의되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여전히 석탄화력발전이 선택지에 남아 있다는 점이다. 국제사회에서 ‘탄소중립=탈석탄’으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에 비춰 보면 이례적으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각 부문에서 감축 기술을 동원해 배출량을 최대한 줄인 뒤에도 어쩔 수 없이 남는 ‘잔존 배출량’(residual emission)과 이를 상쇄하기 위한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의존도도 주요국과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온실가스 감축에 뒤늦게 뛰어든 탓에 목표를 달성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60%… 사회적 갈등해결 과제

국제사회는 2015년 채택한 파리협정과 2018년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1.5도 보고서’에 따라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온실가스 저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도 지난해 2050 탄소중립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의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7억2763만t이다. 공식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0년의 배출량도 이미 2억9219만t으로 3억t에 육박했기 때문에 이를 0으로 줄인다는 건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배출량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에너지다. 특히 전기 생산 과정에서 2억6900t 이상 배출된다. 석탄을 포함해 발전량의 약 70%를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탓이다.

 

따라서 탄소중립에서 에너지 전환은 가장 핵심을 이룬다. 2050 시나리오에 따르면 2018년 기준 5.6%인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2050년에는 60% 안팎으로 늘어난다. 석탄화력발전을 폐지하는 1안에서는 61.9%, 일부 유지하는 2안에서는 59.5%에 이를 전망이다. 원전은 두 방안에서 모두 7.0%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석탄을 남겨두는 경우는 없다. 독일은 현재 석탄화력발전 비중이 24%로 선진국 가운데 꽤 높은 편이다. 그러나 2030년대로 접어들면 석탄으로 만든 전기는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그 대신 2045년이 되면 재생에너지가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1%로 늘어난다. 독일은 탈원전을 선언해 2022년에 모든 원전을 폐쇄한다. 따라서 재생에너지가 전력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나머지는 수소와 연료전지 등으로 충당한다.

영국은 글로벌 ‘탈석탄 동맹’을 주도할 정도로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이다. 2012년만 해도 40%를 웃돈 석탄발전 비중은 2017년 이후 한자릿수로 주저앉았다. 영국은 현재 50% 정도인 저탄소 발전 비중을 2050년에 100%로 늘리겠단 계획이다.

한국은 석탄화력 존치 여부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뤄야 하지만,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놓고 사회적 갈등이 높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2050 시나리오 마련 과정에서도 이 부분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1억t 이산화탄소 흡수 가능할까

2050 시나리오에서 한국은 연간 배출량을 지금보다 5억8000만∼6억t을 줄인 1억2000만∼1억4000만t을 배출하게 된다. 그 대신 8500만∼9500만t은 흡수하게 된다. 탄소중립이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배출하더라도 이를 다시 흡수해 순배출량을 0으로 맞추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영국과 독일에 비해 2050년에 더 많은 양을 배출하고, 상대적으로 더 많은 양을 다시 흡수하게 된다. 이는 한국이 2018년에야 온실가스 배출 정점을 기록해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출발이 늦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훨씬 가파른 감축 경로를 택할 수밖에 없다.

 

영국의 경우 현재 5억t가량인 온실가스 배출을 2050년에 8400만t으로 줄이고, 이 가운데 5600만t을 추가 감축해 2800만t을 남긴다. 잔존 배출량과 감축량 모두 한국보다 적다. 여기서 추가 감축이란 식물 등을 활용하는 바이오에너지 탄소포집·저장(BECCS) 기술과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곧바로 포집하는 기술(DAC)을 말한다. 둘 다 연구 초기 단계의 기술이라 아직은 신뢰하기 어렵다.

독일은 1990년 이후 줄곧 온실가스를 줄여왔다. 2018년 배출량은 8억5800만t인데 2045년에는 6300만t까지 줄일 계획이다. 여기에 BECCS와 DAC로 6500만t을 흡수해 순배출량이 0을 넘어 마이너스를 기록하게 된다. 독일 전체가 온실가스 흡수원이 되는 셈이다. 독일은 당초 탄소중립 시점을 2050년으로 잡았다가 최근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2045년으로 5년 앞당겼다. 독일도 영국처럼 한국보다 덜 남기고, 덜 흡수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에너지 전문가는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염두에 두고 있는다는 게 의외”라며 “CCUS 의존도가 높은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