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개막을 준비하고 있는 여름 영화제를 소개했었다. 그중 제천국제음악영화제와 서울국제대안영상예술페스티벌(이후 네마프)은 폐막했고,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8월26일 개막해 진행 중이다. 뒤이어 여러 가을 겨울 영화제도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부터 국내외 영화제에서는 온라인 상영 등 다양한 영화제 진행 방식을 시도하고 있는데, 올해는 좀 더 안정적인 느낌이다. 영화제와 온라인 플랫폼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좀 더 준비했겠고, 관객 역시 그사이 익숙해진 면도 있을 것이다.
필자도 온라인으로 영화제를 좀 즐겨봤는데, 새삼 영화와 나이의 관계를 생각하게 됐다. 오늘은 네마프의 ‘영유아를 위한 대안영상예술기획전’을 온라인으로 보면서 한 생각들을 좀 적어볼까 한다.
‘영유아’는 영아와 유아를 아울러 이르는 말로서, 사전을 찾아보니 ‘영아는 젖먹이 아이’를, ‘유아는 생후 1년부터 만 6세까지의 어린아이’를 의미한다. ‘영유아보육법’에서는 영유아를 6세 미만의 취학 전 아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유아의 구분 기준을 논해보자는 건 아니고, 이런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과연 어느 정도 나이가 되어야 영화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을까? 영유아도 영화 관람 생활이 가능할까?
물론 여러 가지 전제 설명이나 기준이 필요하긴 하다. 예를 들어 개봉을 목표로 하는 장편 상업영화를 영화로 볼 것인지, TV나 웹, 모바일로 접하게 되는 광고나 콘텐츠 등의 동영상도 영화로 볼 것인지 등등 말이다.
아무래도 장편 상업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소 말을 통한 소통이 가능한 정도는 돼야 하니, 적정 나이대가 좀 올라가게 된다. 영화의 내용에 따라서 매겨지는 등급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관람불가’ 이하의 등급인 경우 성인 보호자가 함께한다면 관람은 불법이 아니지만, 아무래도 영유아에겐 ‘전체관람가’ 정도의 영화가 적절할 거다. 영유아 영화 관람에서는 선택의 폭이 좀 좁다.
거기다 영화관에서 관람할 경우 약 90분을 어두운 공간에서 앉아 있을 수 있는 나이도 되어야 한다. 개인 차이가 있겠지만 영유아 중 상당수는 영화관에서의 영화 관람 생활이 어렵다. 애니메이션 등 어린이 대상 영화의 경우, 실내조명을 좀 더 밝게 하고, 입장 관객을 어린이 관객과 보호자로 한정해 어린 관객들을 배려하는 경우도 있지만, 흔한 경우는 아니다.
하지만 넓은 의미인 영화 즉 ‘동영상’ 정도로 영화의 기준을 확장하고, 스마트 폰 감상도 관람의 형태로 포함하게 되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나이대가 매우 내려가게 된다. 기저귀를 교체하거나 옷을 갈아입힐 때를 비롯해 다양한 상황에서 스마트폰은 아이들을 달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잘 걷지도 못하지만, 앉아서 유튜브를 켜고 다음 영상으로 넘어가는 클릭 정도는 거뜬하게 한다.
TV나 스마트폰을 아이로부터 멀리하기 위해 애쓰는 경우도 많다. 액정의 블루라이트가 눈에 좋지 않다고도 하고, 일방향적인 관람이 아동 발달에 해롭다고도 한다. 물론 여러 견해가 공준 중이다.
전제 기준에 따라서는 요람에서부터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세상이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에 대한 인식은 좋은 편이 아니다. 다양한 형태의 시청각적인 창작물을 본다는 인식보다는 유해한 상업물에 노출되었다고 보는 인식이 큰 듯하다. 넓은 의미에서 영화를 보는 것은 뭔가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나 활동으로 여겨진다.
영유아의 영화 관람이 좋다 나쁘다 이야기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네마프의 ‘영유아를 위한 대안영상예술기획전’을 통해 ‘쇼팽 이미지 에튀드’(감독 오재형, 2008), ‘세상에서 가장 어깨가 넓은 사람’(감독 김미수, 2021) 등 2~6분 길이의 애니메이션 혹은 정확하게 장르를 규명할 수 없는 시청각 영상물들을 보며 여러 생각이 들었다.
영유아의 시각과 청각, 상상력을 멀티 하게 자극하는 창작물로서의 가능성도 느껴졌다. 영상과 음악, 미술, 문학 등의 시너지 효과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이미 그 부분을 인지하고 관련 연구와 작업을 하는 이들도 있다.
어쩌면 영화와 나이는 별 상관이 없는지도 모르겠다. 영화의 구분과 의미는 훨씬 확장된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걸 새삼 또 느낀다. 영유아의 영화 관람 생활은 이미 대중화되었고, 더 쾌적하고 안전하고 즐거운 관람이 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지 모른다.
사진=네이버 영화
송영애 서일대학교 영화방송공연예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