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61) 전 검찰총장 재직 시절인 지난해 3월 대검찰청이 윤 전 총장의 장모인 최모(74)씨가 연루된 각종 의혹 제기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 문건을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 문건은 최씨를 ‘피해자’ 혹은 ‘투자자’로, 다른 사건 관계인은 ‘피고인’으로 표현하면서 최씨를 변호하는 구조로 기술됐다.
13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3쪽 분량의 문건(이하 ‘총장 장모 의혹 대응 문건’)에는 최씨가 직접 연루된 4개 사건과 그 밖의 관련 사건 등이 시간순서와 인물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문건에 담긴 최씨 연루 사건은 △경기 성남시 도촌동 부동산 관련 사기 사건 △‘윤석열 X파일’의 진원지로 지목된 정대택(72)씨 관련 사건 △파주 요양병원 의료법 위반 사건 △양평 오피스텔 사기 사건이다. 각 사건마다 최씨의 법적 지위와 사건요지, 진행경과, 사건번호, 처리결과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최씨에 대한 고소·고발을 주도한 정씨 등에 대해서는 선고된 형량과 범죄사실 등이 별도의 표 형태로 상세히 정리됐다. 진행·처리 결과에 대한 일부 내용은 검찰 관계자가 내부망을 조회하지 않고는 파악할 수 없는 사실들이다.
문건은 도촌동 부동산 사기 사건과 양평 오피스텔 사기 사건에서는 최씨를 ‘피해자’로, 파주 요양병원 의료법 위반 사건에선 ‘투자자’로 각각 표기했다. 정대택씨 관련 사건에선 최씨의 지위를 사실상 ‘투자자이자 피해자’라는 법리로 정리했다.
이 문건이 작성된 시점에 최씨는 도촌동 부동산 사기 사건으로 고발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파주 요양병원 의료법 위반 의혹과 관련해서도 열린민주당 내에서 최씨에 대한 고발 논의가 진행 중이었고 이후 고발이 이뤄졌다. 최씨는 문건에서 파주 요양병원 의료법 위반 사건 ‘피해자’로 표현됐지만 올해 7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기획 출신 검찰 인사가 작성한 문건으로 보인다”며 “검찰이 아니면 확인이 불가능한 팩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시 윤 총장은 장모 관련 사건들에 대해서는 보고도 받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대검 차원에서 최씨의 변호인 역할을 수행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 측은 총장 재직 당시 최씨 관련 사건 처리와 관련, “위법하거나 부당한 지시, 요청을 한 사실이 없다”며 “작년 1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대검 감찰부에 지시해 압수수색을 했지만 아무런 자료가 나오지 않아 징계사유에도 포함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고, 법무부도 수사 의뢰를 했지만 그 부분 역시 검찰에서 혐의없음 처분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