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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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살리자더니… ‘지역화폐’ 예산 죄는 정부

2022년 발행규모 2021년의 3분의 1

보조 할인율 8%→4%로 반토막
지원액 77% 축소… 2403억 그쳐
지자체도 예산 이유 줄일 가능성

“화폐 인기 꾸준한데 정책 역행”
대구 등 일부 지역은 증액 요구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정부가 내년 지역사랑상품권(이하 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할 예정인 가운데, 혜택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지역경제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화폐 발행을 독려해 온 정부가 정작 경제 회복의 필요성이 더 커지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로 접어드는 내년에는 발행 규모를 대폭 삭감하는 엇박자를 내는 셈이다.

 

2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임호선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 지역화폐 발행 규모는 6조원으로 올해 20조2000억원보다 3분의 2 넘게 줄어든다. 특히 중앙정부가 보조해 주는 지역화폐 할인율이 올해 6~8%에서 내년에는 4%로 줄어들게 된다. 정부 지원액 규모가 올해 1조522억원에서 내년 2403억원으로 한꺼번에 77% 줄어드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예산 문제 등을 이유로 발행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 시·도별 내년 지역화폐 발행 감소 규모는 경기도 4조2780억원, 인천시 3조1660억원, 대전시 2조4520억원, 부산시 1조9020억원, 충남도 1조4280억원, 전북도 1조3600억원이다. 서울시도 내년 발행규모를 9200억원 요청했으나 7280억원 줄어든 1920억원을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화폐는 지자체가 발행하고 해당 지자체에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 가맹점에서만 사용하도록 한 상품권이다. 지난해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도 제정됐다. 코로나19로 소상공인 지원 필요성으로 인해 발행액은 2019년 2조3000억원, 2020년 9조6000억원, 2021년 20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정부 지원액도 2018년 100억원, 2020년 6689억원, 2021년 1조252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중앙정부의 지역화폐 지원 감소 방침과 달리 지자체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역화폐 발행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지자체 발행 수요를 합하면 내년 발행액이 28조8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대구 지역화폐인 ‘대구행복페’의 경우 일반 판매량 9630억원이 지난 20일 모두 소진되자 추가로 800억원을 판매하기로 했다. 대구시 지역화폐 담당 공무원은 “아직 정부 예산이 확정된 것이 아니어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지만 실제로 국비 지원이 줄면 발행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발행 규모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위드 코로나 이후 지역경제 여파는 여전할 것으로 예상해 이를 무 자르듯 해서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