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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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종 비중 높은 주요 대학… 고교학점 이수 ‘진로 연계’ 유리

2023학년도 확대 시행… 예비 고1 전략은

서울대, 전공별 이수 권장과목 제시
고 1 여름방학까지 전공 구체화 필요

대입 레이스 전까지 진로 못정했다면
정시 반영 성적 유리한 과목 택해야
절대·상대평가 성적 산출 꼼꼼히 확인

2023학년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될 고교학점제가 교육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현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25년에 본격 시행되지만, 이미 지역에 따라서는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나 선도학교로 운영되고 있는 곳들도 있고 내년부터 도입하는 학교도 상당수다.

본격 도입에 앞서 이미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현 고등학생도 2학년부터 본인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여 듣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고교학점제의 일환으로 평가한다.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대입에서의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미리 보는 고교학점제’란 분석이 나온다. 예비 고1 학생들이 선택과목을 정하는 데 고려해야 할 사항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진로에 대해 먼저 고민해야

7일 교육계에 따르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는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스스로 선택해 이수하도록 함으로써 다양한 학습 기회를 보장하고 학생 성장 중심의 교육을 실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입을 배제한 채 본인이 원하는 과목만 수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는 지난 7월 ‘2024학년도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예고사항’을 통해 전공에 따른 교과 이수 권장과목을 제시했다. 해당 전공을 공부하기 위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우기를 추천하는 과목이며, 이 중 ‘핵심 권장과목’은 필수적으로 이수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예컨대 생명과학부의 경우 과학 교과에서는 생명과학Ⅱ를 핵심 권장과목으로, 화학Ⅱ를 권장과목으로 두고 있다. 하지만 화학생물공학부의 경우 물리학Ⅱ를 핵심 권장과목으로 지정함으로써 화학Ⅱ나 생명과학Ⅱ보다 물리학Ⅱ에 우선순위를 더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명과학 분야에 관심이 있는 수험생 입장에서는 생명과학부와 화학생물공학부가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물리학Ⅱ 과목을 이수했는지가 원서 지원 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입 전형 중 서류평가가 반영되는 전형에서는 학생이 어떤 과목을 이수했는지와 해당 과목의 성취도 등을 의미 있게 보기 때문에 과목 선택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학생들의 선호도가 높은 대학의 경우 수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비중이 높고 일부 대학은 교과전형에서도 서류 및 교과에 대한 정성평가가 이뤄진다. 지원하고자 하는 전공과 연계된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 5~6월 선택과목 수요조사를 시작으로 8~9월에는 과목 선택을 확정하기 때문에 1학년 여름방학까지는 진로 및 희망 전공(최소 계열)을 구체화해야 한다.

◆성적에 유리한 과목 고르려면

대학의 모든 전공이 특정 과목 이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입시 전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들이라면 대부분의 교과전형이나 정시처럼 성적으로만 정량평가하는 전형을 노리는 경우도 많다. 전공과 관련된 과목이 아닌 성적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전략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 경우 성적 산출방식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선택과목은 일반선택과 진로선택으로 나뉜다. 이 중 일반선택과목은 9등급제로 상대평가이지만, 진로선택과목은 A, B, C의 성취도 3단계에 따른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좋은 성취도를 받기 쉽다. 관심 있는 과목이거나 본인에게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과목이 진로선택과목이라면 수강인원이 적거나 난도가 높은 과목이더라도 성적에 대한 부담감을 다소 덜 수 있게 된다.

반면 좋은 등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라면 비교적 수강인원이 많은 일반선택과목을 선택해 내신을 끌어올리는 게 낫다.

대학수학능력시험과의 연계도 생각해야 한다. 정시만 고려하는 자연계열 학생이라도 많은 대학에서 자연계열 모집단위 지원 시 수능에서 미적분 또는 기하를 선택하도록 하고 있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진로선택과목인 기하는 대부분 2학년 때 개설되는 반면, 미적분은 수Ⅰ과 수Ⅱ를 선행 수강한 뒤에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에 3학년에 개설된다. 정시만 고려하고 있는 학생이 수능 수학영역에서 기하를 선택하기로 했다면 2학년 때 기하 과목을 이수하고, 3학년 때는 미적분 등 다른 수학과목을 수강하지 않은 상태로 수능 준비에만 매진할 수 있다.

사회탐구의 경우 수능에서 많은 학생이 선택하는 과목은 생활과윤리, 사회문화, 한국지리 순이다. 사회 교과는 수시에서도 전공에 따른 과목 영향이 적기 때문에 수능에서 볼 과목과 동일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현 고1, 2 학생들은 이미 내년에 수강하게 될 과목 선택이 완료되었을 시기이지만 예비 고1은 그렇지 않다”며 “고등학교 입학 후로 선택과목 고민을 미루기 전에 아주 구체적이지는 않더라도 중계열 정도는 고민해 봄으로써 주도적으로 과목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