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고교학점제 도입되면 AI·로봇 과목 개설 가능”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만든 박형주 추진위원장

“진로 맞춰 학생별로 다른 과목 듣게 돼
4차 산업혁명 시대 맞춘 새 교육 역점”

“사람을 문과와 이과라는 이분법으로 나누는 건 낡은 방식입니다.”

박형주(사진) 국가교육과정개정추진위원회 위원장(아주대 총장)은 12일 세계일보와의 서면인터뷰에서 “잘나가는 정보기술(IT) 기업에서 문과 출신 개발자나 이과 출신 기획자를 만나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4차 산업혁명’ 등 시대적 변화에 대비하고 인재 양성을 도울 새로운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국가교육과정개정추진위원회는 지난달 24일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함께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했다. 교육당국은 2015년 교육과정 개정 이후 6년 만인 올해 초부터 새 교육과정 개발에 착수했으며 총론은 ‘2022 교육과정’의 뼈대 역할을 한다.

박 위원장은 교육과정 개정 배경과 관련해 “인공지능(AI)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나오더니 알파고가 이세돌을 격파하는 초현실적인 장면도 등장했다”며 “이제 학교에 가면 똑같은 교육과정을 학습하는 게 당연하던 시대에서, 각자의 관심사와 희망하는 미래 진로에 따라 서로 다른 주제를, 다른 깊이로 학습하는 교육체계로 이전할 필요가 대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총론 마련 과정을 돌아보며 “각 교과 영역 사이의 이해를 조정하면서 미래 사회의 필요를 담아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며 “난산이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내년 말까지 각론 개발까지 마친 뒤 2022 교육과정을 고시할 계획이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의 핵심은 고교학점제이다. 박 위원장은 “우수한 자질의 교사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정해진 교과목을 정해진 방식으로 가르치는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 일이 잦다”며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확대되는 학교 자율 시간을 활용해서 AI, 로봇 같은 새로운 주제의 과목을 개설하는 게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양한 수요만큼 늘어난 과목 수를 감당할 자질의 교사가 충분한지, 수업 질 저하의 가능성은 어떤지 등의 우려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학교가 제각각 과목을 개설할 것이 아니라 수업을 공유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인근 학교들이 힘을 합쳐 소수 수강 과목을 공동으로 제공하고, 어린 학생들이 경우 매번 타 학교로 이동하기보다 온라인을 주로 활용하면서 현장수업을 섞는 것도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평가방식에 대해서는 “공유과목은 절대평가를 원칙으로 하되 A·B·C 등급 정도의 단순한 평가를 하는 게 어떨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모든 선의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개설해도 입시 관련 주요 과목이 아니면 피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선택과목을 들어도 손해가 되지 않도록 제도의 재설계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교학점제에 따른 대입개편안 발표는 2024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정필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