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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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기 급랭에 2022년 경제성장 목표 5%대로 낮춘다

시진핑 장기집권 앞두고 '개혁'보다 '안정' 최우선 기조 전환

중국의 경제 성장 동력이 급속히 약화하는 가운데 중국 지도부가 2022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5%대로 낮춰 잡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핵심 지도부가 지난 8일부터 2022년 경제 운용 방향을 결정할 연례 중앙경제공작회의를 개최 중인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중국이 2022년 경제성장률 목표를 2021년의 '6% 안팎'보다 낮은 5%대에서 결정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유력하다.

◇ 정부 싱크탱크, 2022년 성장률 '5% 이상' 공개 건의

우선 중국 국무원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지난 6일 경제 정세 보고회에서 2022년 경제성장률을 5.3%가량으로 예측하면서 '5% 이상'의 목표를 설정하라고 정책 당국에 공개 건의했다.

로이터 통신 역시 복수의 정부 경제 고문들이 '5.5%'나 '5% 이상' 수준에서 2022년 성장률 목표를 잡으라고 당국에 건의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중국 당국이 이처럼 2022년 경제성장 기대치를 낮추려는 것은 당면한 경기하방 압력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듯했지만 당국의 강력한 규제로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30%를 차지하는 부동산 산업이 심각하게 위축된 가운데 세계적 원자재 가격 급등, 전력 대란, 공급망 병목 현상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면서 회복 동력이 급속히 약화하는 추세다.

지난 1분기 기저효과에 힘입어 18.3%까지 올랐던 분기 경제성장률은 2분기 7.9%, 3분기 4.9%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사회과학원은 이런 흐름이 계속돼 2021년 자국 경제성장률이 8.0%를 기록한 뒤 2022년 5.3% 안팎으로 내려갈 것으로 내다봤다.

일견 5%대 성장률 설정은 2021년의 '6% 안팎'에서 소폭 조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큰 차이가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를 통해 2021년 성장률 목표를 '6% 이상'으로 확정해 공개했지만 이는 코로나19 사태 지속이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실제 달성 목표보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마지노선을 제시한 성격이 강했다.

이강(易綱) 인민은행장이 최근 공언했듯이 중국 당국은 내부적으로는 8% 수준의 성장률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상황에 비춰보면 이 목표는 대체로 달성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눈높이를 낮게 설정해 결과적으로 목표 달성이 무난했던 2021년와 달리 2022년 중국이 5%대 성장률을 달성하는 것은 힘든 도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리쉐쑹(李雪松) 사회과학원 수량경제연구소 소장은 "2022년 우리나라의 잠재 경제성장률은 약 5.5%가량인데 코로나19 확산 반복,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실제 성장률은 이보다 약간 낮을 수 있다"며 "목표를 '5% 이상'으로 설정해 일정한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헝다 사태를 계기로 중국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축인 부동산 경기 위축에 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중국 경기 전망도 갈수록 어두워지는 추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2월 중국의 2021년과 2022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8.1%와 5.1%로 하향 조정했다.

글로벌 투자기관들 사이에서는 2022년 성장률이 4%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는 2022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4.7%로 내다봤다.

◇ '6% 성장시대'도 저무는 중국

물론 중국이 목표로 하는 5%대 성장률은 세계 평균, 특히 저성장이 구조화된 선진국보다는 아직 크게 높은 수준이다.

중국 경제는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유혈 진압 사태의 후폭풍이 닥친 1990년(3.91%)과 코로나19 충격이 닥친 특수한 해인 2020년(2.3%) 이례적으로 심각한 성장 둔화를 겪었다. 따라서 5%대 성장 목표는 중국이 저성장 적응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맞이한다는 뜻이다다

중국의 성장률은 2010년(10.6%) 마지막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나서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2015년(6.9%) 7% 선이 깨진 이후로는 2016년 6.7%, 2017년 6.8%, 2018년 6.6%, 2019년 6.0% 등으로 5년 내리 6%대에서 하향 추세를 그렸다.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문화대혁명이 끝난 1978년 이후 40여년 만에 가장 낮은 2.3%를 기록했고, 2021년은 8%대 성장이 예상되지만 2020년의 부진에 따른 기저 효과의 영향이 크다. 전문가들은 2020∼2021년을 전체적으로 보면 평균적으로 코로나 직전 연도 수준의 성장률을 달성한 것으로 본다.

중국 전문가들은 도시 실업률을 정책 목표인 5.5% 안팎으로 유지하려면 2021년 1천100만개 이상의 도시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최소 5%대 경제성장률 달성이 꼭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헝다가 실질적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들어가는 등 경제 불안이 한층 커진 상황에서 중국공산당 최고 중추 기구인 정치국은 지난 6일 회의를 열고 2021년 경제 정책을 펴는 과정에서 부동산 산업 규제 등 '구조개혁'보다는 경제 안정화를 최우선 목표로 삼기로 했다.

중국이 지난 6일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해 1조2천억 위안(약 223조원)의 장기 유동성 공급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것도 경기 대응을 위한 부양 성격의 조처가 다시 활성화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조처로 평가된다.

정치국은 이번 회의에서 "전력을 다해 거시경제의 큰 틀을 안정시켜 경제 운영이 합리적 구간에서 유지될 수 있도록 유지해 사회 안정을 유지하고 20차 당대회의 승리적 개최를 맞이해야 한다"고 강조해 시 주석의 장기 집권의 문을 열 2022년 가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경제·사회 안정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음을 시사했다.

중국 당국은 10일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중앙경제공작회의를 통해 2022년 경제성장률 목표, 물가 관리 목표 등 핵심 경제 정책 기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앙경제공작회의를 마치고 발표되는 '공보'에는 추상적 방향성만이 포함될 뿐 구체적인 수치와 정책 방향은 2022년 3월 열릴 전인대 연례 전체회의 개막날 총리가 직접 발표하는 정부 업무보고 형태로 공개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