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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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래의 부(富) ‘가치 인터넷 시대’ 본격 열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이 주관하는 블록체인 진흥 주간이 ‘블록체인, 디지털 미래를 생각하다’는 주제로 지난 13∼16일 개최됐다. 다양한 학술대회와 기업 간 비즈매칭, NFT(대체불가토큰)와 메타버스에서의 활용, 블록체인 교육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려 주목을 받았다. 

 

이들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디지털 세상의 신뢰를 담보하면서 개방적인 경제·사회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디지털 뉴딜의 핵심 기반이 블록체인’이란 내용이다. 맞다. 블록체인이 놓치고 있는 것이 바로 신뢰이다. 블록체인의 기본 속성이 바로 신뢰인데, 지금은 그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인다.

 

뉴노멀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서 많은 관심이 ‘미래의 부(富)’로 향하고 있다. 주요 주제별 전망 보고서가 속속 발표되고 있고, 어떤 산업이 미래의 부를 좌지우지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2008년 비트코인에 의해 등장해 10년이 지난 블록체인 역시 본격적인 전성시대를 구가할 것으로 많은 전문가는 예측하고 있다. 연일 뉴스에서는 블록체인 생태계의 ‘영토전쟁’에 대해 다루고, 블록체인 기반의 산업 활성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블록체인의 정체성은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 독점이 아닌 공정을 위한 기술, 가치의 올바른 공유를 위한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블록체인은 가치가 자산과 자본이 되는 디지털 경제시대에서는 필수적이다. 넷스케이프의 설립자인 마크 앤드리스도 “블록체인은 컴퓨터 과학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근본적인 발명품에 속한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시장은 그렇게 흘러오지 않았다. 가상화폐나 코인, NFT 등의 키워드가 떠오르면서 ‘블록체인=암호화폐’라는 공식이 만들어진 탓이다. 가장 투명하고 공정해야 할 시스템, 프레임, 인프라로서 블록체인이 단지 디지털 화폐를 위한 기술로만 왜곡·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왜곡된 시장에 정부는 당연히 조정자로서 개입하게 돼 있고, 이 개입은 블록체인의 왜곡된 인식을 더욱 굳히고 있다.

 

비트코인이 ‘최초의 탈중앙 디지털 화폐 시스템’이었던 것처럼, P2P 기반의 네트워크인 블록체인은 거대 중개기관 없이 개인끼리 송금하고 거래하게 할 것이다. 이 흐름은 이미 시작됐고, 바꿀 수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받은 글로벌 공급망 역시 블록체인이 신뢰성과 효율성을 높여줄 것”이라며 “2025년이 되면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10% 이상이 블록체인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스웨덴에서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부동산의 등기 이전을 몇초 만에 완료하는 시범을 보여 시선을 집중시켰고, 코로나19로 부품을 제대로 공급을 받지 못해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었던 피아트크라이슬러(FCA)나 현대자동차는 블록체인을 적극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앙 시스템 없이 블록체인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기에 공급망에 활용하기 최적화됐다’는 것이 이들 기업의 설명이다. 

 

흐름이 정해졌다면 신속하고 현명한 판단과 결단이 필요하다. 고속도로가 이미 완벽하게 만들어졌다면 가장 잘 활용할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방향과 방법, 인프라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 유례 없을 정도로 빠른 디지털 전환 속도를 보였다. 나아가 디지털 경제시대로 방향 전환을 하는 데도 성공을 했다. 남아있는 건 블록체인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 잠식이 되지 않는 일이다. 개인은 자신의 정보와 가치가 자산이 될 수 있는 시대가 이미 도래했음을 깨닫고 정당한 대가를 주고, 또 받을 수 있는 인식 개선에 동참해야 한다. 

 

필자가 대표로 있는 직톡은 콘텐츠 창작자뿐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실시간으로 보상이 이뤄지는 블록체인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이외에도 블록체인의 순기능을 받아들인 스타트업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나아가 가장 중요한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이번 진흥 주간에서 발표된 ‘블록체인은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신뢰를 담보하며, 개방적인 경제·사회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디지털 뉴딜의 핵심 기반’이라는 문구에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이 모두 들어가 있다. 이대로 정부가 역할을 제대로 해주면 디지털 경제시대의 패권은 반드시 대한민국으로 오게 될 것이다. 불과 수년 안에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완성될 미래에 가슴이 뛴다.

 

미래는 갑자기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최선을 다한 오늘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보다 최선을 다한 오늘이 쌓여서 만들어진 나라다. 그런 대한민국이 주도할 블록체인 시대를 감히 ‘가치 인터넷 시대’라 부르고 싶다.

 

심범석 프론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