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브랜드 아파트의 원조 격으로 꼽히는 ‘래미안’을 보유한 삼성물산은 올해 전국 5곳에서 1만609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 건설사 규모에 비해 공급물량은 적지만, 래미안의 브랜드, 수도권과 부산의 핵심 입지, 소비자 수요가 높은 대단지라는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양보다는 질’이라 수식어가 아깝지 않다.
삼성물산은 올해 하반기 중 서울 동대문구 이문1구역 재개발과 경기 수원시 권선6구역 재개발 사업장에서 공급을 준비 중이라고 5일 밝혔다. 이문휘경 뉴타운에 들어서는 이문1구역 재개발 단지는 지하 5층∼지상 27층, 39개 동 총 3069가구 규모로, 이 중 1803가구가 일반 분양된다. 지하철 1호선 외대앞역과 신이문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단지다. 단지 옆에 한국외국어대를 비롯해 주변에 이문초, 경희대 한국예술종합대 등이 있다.
권선6구역 재개발 단지는 수원시 권선구 세류동 817-72번지 일대에서 들어선다. 지하 3층∼지상 15층, 32개 동 총 2175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인데, 삼성물산과 SK에코플랜트, 코오롱글로벌이 컨소시엄을 꾸려 시공을 맡고 있다. 신분당선이 지나는 매교역 역세권 단지로, 인근 권선초·수원중·수원고 등이 가까이 있다. 이문1구역과 권선6구역 모두 역세권 노른자 입지인 만큼 청약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지난 1월 부산에서 분양한 ‘래미안 포레스티지’는 1104가구(특별공급 물량 제외) 모집에 6만5천110명이 신청해 평균 58.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모든 유형에서 1순위 청약이 마감됐다. 삼성물산의 래미안 단지는 지난 2015년부터 8년째 사실상 ‘미분양 0(제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정비사업 조합과의 이견이나 각종 규제 문제가 변수다. 삼성물산은 최근 5년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한 주택만 분양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고 각종 재건축 규제가 강화되면서 삼성물산이 수주한 정비사업도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에는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 3차 재건축) 1곳을 분양하는 데 그쳤다. 올해도 여전히 분양가 책정 등의 문제가 원활히 해결되지 않으면서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신반포 15차 재건축)와 송파구 잠실진주 재건축 단지는 분양 시점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과정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등을 공약한 만큼 새 정부 출범 이후에는 정비사업 추진 속도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삼성물산은 분양 숨고르기를 하는 시점에 내실을 키우는 데 공들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올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트렌드에 맞춰 연초에 ‘안전경영 실천 선포식’을 개최했다. 협력사의 안전관리 수준을 높이고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삼성형 안전시스템 인정제도’를 도입했고 협력사 안전 인센티브도 대폭 확대했다. 내부적으로도 안전조직의 확대 개편과 함께 건설안전연구소 등을 신설했다. 일선 현장에서도 작업중지권 전면 보장, 현장 안전강화비 신설, 프로젝트 생애주기 전반에 사전 안전성 검토 의무화 등 혁신적인 안전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삼성물산 층간소음연구소는 중량충격음 차단성능 1등급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국가공인시험기관의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올해 주택 분양이 예년에 비해 많지 않겠지만, 서울 서초구 방배6구역 재건축과 용산구 코오롱아파트 리모델링 사업 등 꾸준히 수주를 따내며 래미안의 자부심을 지키고 있다”면서 “ESG 경영 실천과 함께 소형모듈원전(SMR) 건설, 수소 분야 등 새로운 미래 투자도 계속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