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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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발레계 별’로 우뚝 선 박세은 내한 공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파리오페라발레단(POB) 352년 역사상 최초로 지난해 아시아 출신 에투알(Etoile·‘별’이란 뜻으로 수석무용수)이 된 박세은이 오는 7월 28∼29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파리 오페라 발레 ‘2022 에투알 갈라’ 무대로 국내 관객과 만난다. 2011년 POB에 준단원으로 입단해 10년 만에 에투알이 돼 세계 무용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박세은은 올해 POB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 ‘라 바야데르’(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에서도 주인공으로 발탁돼 발레계 ‘으뜸 별’로 우뚝 섰다. POB 단원은 카드릴(Quadrille·군무)→코리페(Coryphees·군무 리더)→쉬제(솔리스트급)→프르미에 당쇠르(제1무용수)의 엄격한 승급제도에 따라 자신의 실력을 입증해야 하고 극소수만 ‘에투알(·수석무용수)의 영예를 차지한다.

 

‘2022 에투알 갈라’에서 박세은은 POB 주역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도로테 질베르, 발랑틴 콜라상트, 제르망 루베, 폴 마르크 (이상 에투알), 엘루이즈 부르동, 록산느 스토야노프, 제레미 로프 퀘르(이상 프리미에르 당쇠르), 플로랑 멜락(쉬제), 기욤 디오프(코리페)와 더불어 전속 피아니스트 엘레나 보네이, 발레 마스터 리오넬 델라노에가 함께한다.

 

이번 공연은 POB의 실제 시즌 레퍼토리 중 클래식 음악과 관련이 깊은 핵심 고전인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파드되와 ‘잠자는 숲 속의 미녀’ 파드되(2인무·안무 루돌프 누레예프), ‘랑데부’(〃롤랑 프티), ‘한 여름 밤의 꿈’ 디베르티스망 파드되(〃조지 발란신) 등과 현대 작품인 ‘달빛’(〃알리스테어 메리어트), 에프터 더 레인(〃크리스토프 윌든) 등의 프로그램들로 구성했다.

 

특히 쇼팽 피아노곡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인 더 나이트’ (〃제롬 로빈스)는 POB 소속 피아니스트 엘레나 보네이가 직접 라이브 연주를 선보임으로써, 파리 현지 관객이 즐기는 가르니에 극장이나 바스티유 극장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할 계획이다. ‘인 더 나이트‘는 쇼팽의 녹턴 (Op.27 No.1, Op.55 No.1·2, Op.9 No.2) 라이브 연주에 맞춰 3쌍의 파트너가 ’커플‘의 여러 단계(’젊은 연인‘ ’행복한 결혼 생활‘ ’이별을 앞둔 동반자‘)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POB가 에투알들이 라이브 피아노 음악에 맞춰 파드되 예술의 극치를 구현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공연에서 박세은은 폴 마르크와 제1커플로 연기를 펼친다. 제2커플은 발랑틴 콜라상트와 제르망 루베, 제3커플은 도로테 질베르와 제레미 로프 퀘르다. 

 

박세은은 미하일 포킨 안무의 ‘빈사의 백조’를 포함, ‘인 더 나이트’의 제1커플 파드되를 비롯해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파드되를 폴 마르크와 선보인다.

사진=롯데콘서트홀 제공

◆박세은은 누구

 

박세은은 서울 태생으로 한국 국립발레단 아카데미에서 클래식 발레를 시작했다. 2007 로잔 콩쿠르, 2010년 바르나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2012년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 정식 입단했다. 이후 코리페(2013), 쉬제(2014), 프리미에르 당쇠르(2016)로 승급했고 지난해 6월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후 에투알에 임명됐다. 프리미에르 당쇠르 시절이던 2018년에 ‘발레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하며 세계 발레계의 인정을 받았다. 시원시원한 이목구비와 소녀 같은 인상을 겸비하면서 발레단이 보유한 클래식 레퍼토리에 중용됐다. 입단 초기부터 프랑스풍의 우아한 스타일 춤을 지향하면서 프랑스인 댄서진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지난해 에투알이 된 후 귀국 기자회견 당시 그는 “이력서상으로는 최고에 도달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커리어로는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갔다”면서도 “보여줘야 할 춤이 아직도 너무 많다고 관객이 보셔야 할 춤도 너무 많아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세은은 “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게 중요한데 답을 찾는 데 시간이 걸렸고 그걸 찾는 게 어려웠던 것 같다”며 “춤을 출 때 사실 다른 생각 안 하고 조금 더 제 자리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 춤을 추는 것에 더 집중하고 싶고, 프랑스 발레계에서도 ‘큰 에투알’이 되는 게 목표”라고 한 바 있다. 

Roméo et Juliette Ballet en trois actes D'après William Shakespeare Musique : Serguei Prokofiev Chorégraphie : Rudolf Noureev Direction musicale : Vello Pähn Mise en scène : Rudolf Noureev Décors : Ezio Frigerio Costumes : Ezio Frigerio Mauro Pagano Lumières : Vinicio Cheli Les Etoiles, les Premiers Danseurs et le Corps de Ballet Orchestre de l'Opéra national de Paris Roméo et Juliette Roméo : Paul Marque Juliette : Sae Eun Park Mercutio : Francesco Mura Tybalt : Jérémy-Loup Quer Benvolio : Fabien Revillion Rosaline : Héloïse Bourdon Pâris : Daniel Stokes

POB 에투알은 그 상징성만큼이나 받는 대우도 특별하다. 에투알 승급 이후 박세은은 전용 탈의실이 생겼고 공연 때는 전담 수행 서비스도 받는다. 가장 큰 변화는 그전까지 위에서 주어지는 배역을 수동적으로 맡아야 했던 데서 자신의 의지를 적극 반영할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는 점이다. 역시 에투알 출신인 오렐리 뒤퐁 POB 예술감독이 승급 직후 만난 박세은에게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은지, 어떤 파트너·안무가와 일하고 싶은지 물어봤을 정도다.  박세은은 “휴가 중에도 감독님에게 메일이 왔는데 ‘OO작품을 너에게 주고 싶은데 하고 싶은 생각이 있느냐’고 저의 의견을 물으셨는데 에투알 되고 가장 크게 바뀐 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