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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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외곽 급매물 늘고 있지만 거래는 잘 안돼”

경기 외곽지역 약세 이어질 듯
연합뉴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절세 매물 증가와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한국부동산원 조사 기준 서울 아파트값이 9주 만에 하락 전환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와 관련한 속도 조절에 들어간 가운데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매수 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또 KB국민은행의 시세 조사에서는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아파트값이 약 3년 만에 하락 전환되는 등 다주택자 절세 매물 증가로 인한 가격 하락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01%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값이 떨어진 것은 지난 3월 말 조사 이후 9주 만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시행으로 시중의 급매물이 증가한 데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면서 매수세가 약화됐다"며 "6월 1일 보유세 부과일이 도래하면서 일부 급매물이 시세보다 싸게 거래된 것도 서울 전체 아파트값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의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지난 2일 기준 6만1천171건으로 열흘 전보다 3.4% 증가했다. 부산(3.6%)에 이어 두 번째로 증가폭이 큰 것이다.

 

서초구와 강남구의 아파트값이 각각 0.01% 상승했으나 매물 증가로 지난주(서초구 0.04%, 강남구 0.02%)보다 오름폭은 둔화됐고, 잠실 일대에 급매물이 늘어난 송파구(-0.01%)는 지난주(-0.01%)에 이어 2주 연속 약세를 보였다. 대통령실 이전 호재로 강세를 보이던 용산구도 이번주 0.03% 올랐으나 지난주(0.05%)보다는 상승폭이 줄었다.

 

특히 강북구(-0.02%)와 동대문구(-0.01%), 도봉구(-0.02%) 등지의 아파트값이 금주에 하락 전환되고 노원구는 4주 연속 하락하는 등 비강남권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다주택자들이 서울과 수도권 외곽부터 매도에 나서면서 시세보다 1천만∼2천만원 내린 급매물이 늘고 있지만 거래는 잘 안 된다"고 말했다.

 

경기도(-0.02%)와 인천(-0.05%)도 지난주와 비슷한 하락폭이 이어졌다.

 

1기 신도시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고양시(0.06%)와 성남 분당구(0.05%), 군포(0.05%) 등지는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올랐으나 평촌신도시가 있는 안양시 동안구는 0.01% 내려 1기 신도시 내에서도 건축 연한 등에 따라 온도차를 보였다.

 

시흥(-0.15%), 의왕(-0.12%), 화성(-0.09%), 오산(-0.08%) 등 주로 수도권 외곽지역은 급매물이 증가하면서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인천은 연수구의 아파트값이 0.18% 하락하는 등 전체 구에서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다.

 

전국 기준으로는 4주 연속 0.01% 하락했다.

 

전세시장은 8월부터 계약갱신청구권 소진 매물이 나오기 시작하며 가격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아직까지는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과 경기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나란히 지난주 대비 0.01% 하락했고 인천은 0.07% 떨어졌다.

 

신규 아파트 공급이 지속되고 있는 세종은 지난주 0.28% 하락한 데 이어 금주에도 0.27% 내리며 전국에서 가장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한편 또 다른 시세조사기관인 KB국민은행 조사에서는 한국부동산원과 달리 상승세를 이어오던 경기도 아파트값이 이번주 0.01%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아파트값이 내린 것은 2019년 9월 23일 조사 이후 약 2년8개월여 만이다.

 

서울이 0.04% 올랐지만 인천도 지난주(-0.08%) 이어 금주에도 0.07% 하락하면서 수도권 전체 아파트값도 0.01% 하락했다. 국민은행 조사에서 수도권 아파트값이 내린 것은 2019년 6월 17일 조사 이후 약 3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수도권 아파트값은 올해 1월 말부터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이달 2일 조사에서 한차례 보합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번주에도 지난주보다 0.02% 내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이 늘어난 가운데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경기도 외곽을 중심으로 시세보다 가격을 낮춰야 거래가 이뤄지고, 이로 인해 시세도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다주택자 매물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하반기에 아파트값 하락세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하반기에도 추가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수요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매도로 돌아서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이 향후 집값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R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최근 매수세가 관망하는 가운데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가 되면서 시세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방선거 이후 새 정부의 재건축이나 신도시 정비사업 등 규제완화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경우 집값이 다시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