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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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할머니가 손녀딸 입양하기로…법원, 이례적 결정

법원이 친모의 양육 포기로 강제 출국 위기에 처한 중국동포 어린이를 친할머니가 입양하도록 허가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31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제1부(재판장 최호식)는 중국동포 어린이 A양의 할머니가 청구한 입양신청에 대해 이를 불허한 원심을 취소하고 입양을 허가했다.

 

A양은 다섯 살이던 2014년에 할머니(68)의 손에 이끌려 중국에서 한국으로 왔다. 당시 A양은 중국 상하이에서 사업을 하던 중국동포 아버지가 사채업자에게 납치되고, 어머니는 가출해 혼자 남겨진 상태였다.

 

A양 할머니는 2007년 귀화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러나 A양을 국내에 장기체류하게끔 돕기엔 어려움이 따랐다. A양이 중국 국적이었기 때문이다.

 

A양의 할머니는 수소문 끝에 재외동포 자격으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던 친모를 찾아내 A양이 방문 동거 자격으로 국내에 머물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A양은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20년 국내 체류 자격을 잃고 중국으로 강제 출국당할 위기에 처했다. 친모가 재혼해 중국 출국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A양 할머니는 손녀를 친딸로 입양하기로 결심하고 법원에 입양 허가를 신청했다.

 

1심 재판부는 “부친의 사망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고 입양을 허가하면 할머니가 어머니가 되는 등 가족 내부 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 분명하다”며 기각했다. 또 입양제도가 국적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도 덧붙였다.

 

A양 할머니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도움으로 항고했다. 항고심 재판부는 입양을 불허한 원심을 취소하고 입양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친부는 9년간 행방불명이고 친모는 양육을 포기해 입양되지 않으면 돌봐줄 사람이 없는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할머니가 부모의 역할을 하며 손녀를 안정적으로 양육해왔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 “A양이 할머니의 자녀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며 “입양이 되더라도 가족 내부 질서가 혼란해지거나 A양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고 오히려 양친자 관계가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김천=배소영 기자 sos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