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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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역구 현역 컷오프 전무… 감동·쇄신 없는 국민의힘 공천

4·10 총선 공천 파동을 겪는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 공천 작업은 순항 중이다.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반영한 낙하산 공천 논란이 들리지 않고, 내부 잡음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방심해서는 안 된다. 어제 20개 지역 경선 결과를 발표하며 전국 지역구의 73% 가까이 후보를 확정했지만, 컷오프(공천배제)된 지역구 현역 의원은 한 명도 없다. 현역 탈락자가 없으니 잡음이 작은 것이다. 더구나 공천 ‘뇌관’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서초·강남과 영남 지역은 심사를 미뤄 놓은 상태다.

국민의힘은 당초 권역별 하위 10%에 대해 컷오프하기로 했다. 그러나 최근 “이미 지역구를 옮긴 분은 해당이 안 된다”고 입장을 바꿨다. 하위 10%에 포함돼도 당의 재배치 요청을 수용하면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식으로 부산 부산진갑의 서병수 의원을 부산 북·강서갑으로,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의 김태호 의원을 경남 양산을로 돌리더니 박진(서울 강남을) 의원을 서울 서대문을로 옮겼다. 이는 공천 탈락 의원들이 개혁신당으로 옮겨 가거나, 29일 본회의 ‘쌍특검법안’(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재표결에서 반란표를 던지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핵관’ 불출마도 부산 사상의 장제원 의원 한 명에 그쳤고, 그 지역구마저도 장 의원 최측근으로 채워졌다. 여론조사를 보면 22대 총선에서 현역 의원 교체를 원하는 응답이 절반을 넘어선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의원을 물갈이해 새로운 인물을 수혈해야 한다는 요구다. 국민의힘 21대 의원 대부분이 이런 여론조사에 아랑곳하지 않고 재공천을 받을 정도로 경쟁력과 도덕성을 갖췄는지 의문이다. 국민의힘 공천은 잡음이 없지만, 이같이 감동·쇄신과도 거리가 멀다.

정치권 속설로 ‘무난하게 공천하면 무난하게 진다’는 말이 있다. 여당 험지인 서울 서대문갑에 단수 공천된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이 “국민에게 더 어필하려면 감동을 주는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이번 총선이 ‘정권 중간 심판’이라는 여론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민주당 지도부는 공천만 마무리되면 ‘정권 심판’ 여론 확산에 본격적으로 힘을 쏟겠다는 전략이다. 민주당이 전열을 재정비하면 ‘그 나물에 그 밥’으로 유권자 선택을 받겠다는 국민의힘이 오히려 수세에 몰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