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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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날 법정에 선 이재명 부부, 똑같이 혐의 부인

前 성남시장 비서 ‘위증교사’ 의혹
李 “檢 녹취록 일부 제시” 결백 주장

김혜경 측 “뒤늦은 기소 해도 너무해”

증인에게 허위 진술을 하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검찰이 녹취록 일부만을 가지고 기소했다”며 결백을 주장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도 이날 처음으로 법정에 서서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이 대표는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재판장 김동현) 심리로 열린 위증교사 혐의 2차 공판기일에 나와 혐의 일체를 부인했다. 위증교사 의혹은 이 대표가 2019년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증인으로 나온 김진성씨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라고 하는 등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 이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 연합뉴스

이날 발언 기회를 얻은 이 대표는 “검찰이 전체라고 제시한 (김씨와 통화) 녹취록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는 김씨가 “그 부분은 기억이 없다”라고 했음에도 기억에 반하는 진술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이에 이 대표는 “이 부분 ‘기억’이라는 것은 저하고 사이가 나빴던 기억이 없다는 것”이라며 “검찰은 이런 부분을 다 떼고 사건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것처럼 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해 검찰 조사 당시 검사가 자신에게 이런 녹취록 전체를 제시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 측은 “검찰이 녹취록을 짜깁기했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녹취서를 그대로 제시했다”며 “피고인이 본인이 읽은 부분과 읽지 않은 부분을 혼동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변론이 분리된 김씨는 이날 오전 재판에 따로 나와 피고인 신문을 받았다. 김씨는 자신의 위증 혐의를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그는 이날도 “이 분이 큰 꿈을 가진 상황이어서 측은함도 있었고 급한 상황이라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며 범행 동기를 설명했다. “이 대표의 요구에 중압감을 느꼈느냐”, “이 대표가 이전 공판에서 소위 ‘꼬리 자르기’를 했는데 배신감을 느꼈느냐”는 검찰 질문에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전 경기도청 사무관(별정직) 배모씨가 지난 14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 수원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 대표 배우자 김씨도 이날 오후 수원지법 형사13부(재판장 박정호) 심리로 진행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첫 재판에 출석했다. 김씨는 이 대표의 당내 대선 후보 경선 출마 선언 후인 2021년 8월2일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당 관련 인사 3명과 자신의 운전기사·변호사 등에게 총 10만원 상당의 음식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김씨 변호인은 “(공동정범으로 분류된) 배모씨 사건이 재작년 기소됐는데, 당시 수사 자료나 관계자 진술 어디에도 공모했다고 볼 근거가 전혀 없다”며 “새로운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닌데 이렇게 뒤늦게 기소했다는 건 아무리 정치검찰이라고 해도 너무했다는 게 저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종민, 수원=오상도 기자 jngm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