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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尹 ‘채상병 특검’ 거부권 행사, 野 공수처 수사 지켜보길

환담장 향하는 윤석열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을 마친 뒤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4.5.2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hihong@yna.co.kr/2024-05-21 16:17:10/ <저작권자 ⓒ 1980-202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해병대 채상병 특별검사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거부권 행사는 취임 이후 여섯번째, 법안수로는 10건째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다. 한 총리는 “의결과정이나 특별검사의 추천방식 등에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헌법이 부여하는 권한 내에서 의견을 개진할 책무가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이 언제까지 거부권을 행사할지 보자”며 “이런 식이면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채상병 특검으로 정국이 급속히 격랑 속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다.

‘채상병 특검’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 통과 때부터 논란이 됐다. 통상 특검은 여야 합의처리가 관행인데, 민주당은 국회에서 힘으로 밀어붙였다. 국민의힘은 해병대원 순직사건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중임을 들어 결과를 지켜본 뒤 특검 여부를 결정하자고 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회견에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 후 국민이 ‘봐주기 의혹’이 있다고 하면 그때는 내가 먼저 특검을 하자고 하겠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윤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안 거부권 행사는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한다는 방침이다. 법안 재의결을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구속 수감중인 무소속 윤관석 의원을 제외하면 재적의원이 295명이다. 전원 출석했을 경우 국회를 통과하려면 197명이 찬성해야 한다. 야당 의원 180명 모두가 가결표를 던진다 하더라도 국민의힘에서 17표의 반란표가 나와야 하는데, 가능성은 극히 낮다. 채상병 특검법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개원 1호 법안으로 채상병 특검법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또 행사하더라도 21대 국회 때와 상황이 전혀 다를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22대 국회를 정쟁으로 시작하는 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야는 어제 채상병 사건에 대해 “원칙대로 수사”를 공언한 오동운 공수처장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공수처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을 불러 조사했다. 민주당이 검찰을 믿지 못해 만든 공수처가 아닌가. 공수처 수사가 미진하면 그때 특검법을 추진해도 늦지 않다. 안타까운 채상병 사망을 둘러싼 진실 규명이 진정한 목표라면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