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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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할시의 부활?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직할시(直轄市)는 5·16 군사정변 후 출범한 국가재건최고회의가 도입했다. 인구 100만명이 넘는 대도시에 한해 도(道)를 건너뛰어 중앙정부가 직접 관할한다는 뜻에서 붙인 명칭이다. 1963년 부산이 처음 직할시로 승격했을 때 시민들 기쁨은 대단했다. 훗날 대통령이 된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경축대회가 열렸다. 원래 부산이 원한 것은 서울과 같은 특별시 지위였다고 한다. 서울이 갖는 수도로서 위상에 막혀 불발에 그쳤다. 특별시가 2개 이상이면 더는 ‘특별한 도시’가 아니잖은가.

 

부산직할시 승격 경축대회 모습. 단상 가운데의 선글라스 낀 인물이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홈페이지

이후 인천과 대구가 1981년 직할시로 올라섰다. 1986년 광주, 1989년 대전이 각각 직할시에 합류했다. 국민들 사이에 ‘직할시=서울에 버금가는 대도시’라는 인식이 형성됐다. 그러다가 김영삼정부 시절 지방자치제가 전면 실시되면서 1995년 ‘광역시’로 이름이 바뀌었다. 중앙정부가 직접 관할한다는 뜻의 ‘직할’이란 용어가 지방자치 시대와 어울리지 않아서일 것이다.

 

1997년 승격한 울산을 끝으로 더 이상 광역시가 탄생하지는 않았다. 경남 창원과 경기 수원·고양·용인 4곳이 ‘인구 100만’ 기준을 충족했으나 광역시가 되진 못했다. 이 도시가 경남이나 경기에서 분리해 독립하면 도의 인구와 경제력이 그만큼 줄어든다. 도 입장에선 광역시 추가 지정이 달가울 리 없다.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 지방자치법을 고쳐 울산 이후로 인구 100만명을 넘긴 도시들에 ‘특례시’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도 소속이지만 광역시 못지않은 자율권을 누린다는 것인데, 일종의 타협책이라 하겠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지난 1월2일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약 30년 전 사라진 대구직할시가 부활할 수 있을까. 최근 대구와 경북의 행정 통합 논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그제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통합 이후 지자체 명칭으로 대구직할시를 제안했다. 대구와 경북 인구를 더하면 약 500만명으로 서울에 이은 제2도시에 해당한다. 그간 자생력을 갖춘 대도시가 도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대세였는데, 대도시가 앞장서 인근 중소도시와 군(郡)들을 끌어안겠다는 점에서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만하다. 홍 시장이 새 대구직할시의 비전으로 제시한 민주주의·지방분권에 기반한 ‘자치행정 메가시티’가 성공할지 지켜볼 일이다.


김태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