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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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野, 팬덤정치 우려한 김진표 의장 쓴소리 새겨듣기를

오는 29일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퇴임하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연일 정치권에 대해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국회를 떠나는 입법부 수장의 고언에는 여야 정치권이 진지하게 경청할 대목이 적지 않다. 특히 최근 ‘팬덤정치’ 논란이 벌어진 더불어민주당은 김 의장의 충고에 귀를 열어야 한다. 그는 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차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되자 ‘개딸’들로부터 ‘수박’이라고 공격받는 상황과 관련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김 의장은 어제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당원이 (국회의원 당선에) 기여하는 득표율은 5%밖에 안 된다. 나머지 90∼95%는 당원도, 팬덤도 아닌 일반 국민”이라며 “국회의원은 당원이나 정당에 충성하기 이전에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명심(이재명 대표 의중)’을 등에 업고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 나섰던 추미애 당선자가 우 의원에게 패한 이변이 연출된 이후 민주당은 노골적으로 ‘당원권 강화’ 움직임을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는 국회의장이나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권리당원의 뜻을 최대 20%까지 반영하겠다고 한다. 국민 전체의 대의제 기구인 국회의장 선출에까지 개딸들의 입김을 강화하겠다는 것은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다. 김 의장은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김 의장은 그제 초선 당선자 연찬회에서는 친정인 민주당을 향해 “이제 더 이상 시민단체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회의원은 시민운동가처럼 일방적인 주장만 해서는 안 되고, 대화와 설득에 나서라는 조언이다. 22대 국회에서 절대다수 의석을 내세워 입법 폭주를 예고하는 민주당은 이를 새겨들어야 한다. 일방 독주는 총선 민의와 어긋난다. 강성 지지층에 매몰돼 타협의 정치를 하지 않으면 중도층 민심과 멀어지게 된다는 게 김 의장의 경고다.

김 의장은 여당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20일 황우여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게 “여당은 대통령에게 필요하면 ‘노’(No)라고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최근 민주당의 ‘일극 체제’ 조짐과 관련해 야당 원로들은 이 대표에게 할 말은 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원로·중진이 윤 대통령에게 직언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최근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수사를 지휘하던 서울중앙지검 수뇌부를 갑자기 교체했는데도 여당 내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조차 없었다. 여당이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이 윤 정부의 위기가 계속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임을 깨닫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