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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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여파 영업익 감소 탓… 기업 40%,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

2023년 6%P 더 늘어 역대 최대

지난해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40%를 넘어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금리 여파로 기업의 이자비용은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줄어든 탓이다.

한국은행이 12일 발표한 ‘2023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속보)’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3만2032곳의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219.5%로,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2021년 654.0%, 2022년 443.7%에 이어 큰폭으로 떨어졌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 은행 등 빌딩이 밀집한 도심 풍경 위에 구름이 드리워져 있다. 연합뉴스

특히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은 2022년 34.6%에서 2023년 40.1%로 상승, 역대 최고 수준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양호한 이자보상비율 500% 이상 기업 비중은 같은 기간 38.9%에서 31.7%로 하락,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강영관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대출금리 상승으로 기업의 금융비용은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줄었다”며 “이자보상비율 500% 이상 기업 비중이 줄어든 것은 상당히 수익성이 좋았던 기업도 지난해에는 업황이 워낙 좋지 않은 영향을 받았던 탓”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도 악화했다. 대표적인 성장성 지표인 전년 대비 매출액 증가율은 2022년 16.9%에서 지난해 -2.0%로 돌아섰다. 2020년(-3.2%), 2015년(?2.4%)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은 전자·영상·통신장비(-15.9%), 석유정제·코크스(-14.1%) 등을 중심으로, 비제조업은 운수·창고업(-12.9%), 도·소매업(-4.4%) 등을 중심으로 매출액이 감소로 전환했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5.8%에서 3.8%로 떨어지며 201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작년 기업들은 1000원치를 팔면 40원도 못 남겼다는 의미다.

강 팀장은 “올해는 전반적으로 금리 부담이 완화되고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여 성장성과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봤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