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나라 수출이 13개월 연속 증가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1년 전보다 4.6% 증가한 575억2000만 달러(79조900억원)를 기록했다. 10월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면서, 8월부터 3개월 연속 ‘역대 최대’ 행진을 이어갔다. 수입은 1.7% 늘어난 543억5000만 달러(74조7312억원)에 달했다. 무역수지도 17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수출 호조세가 연말까지 이어져 역대 최대 수출실적 달성으로 나갈 수 있도록 민관 원팀으로 수출 확대에 모든 가용한 자원을 집중해 총력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좋은 소식이지만 마냥 기뻐할 일만은 아니다.
수출의 온기가 내수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반도체 수출은 역대 10월 중 최대 실적인 125억 달러(+40.3%)를 기록하며 1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고, 컴퓨터(+54.1%), 무선통신기기(+19.7%) 등 IT 품목 수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일부 업종과 기업이 주도하는 수출 호조에 따른 착시 효과를 경계해야 한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2%로 뒷걸음쳤고, 3분기에도 전기 대비 0.1%에 그쳤다. 한국은행이 두 달 전 내놓은 3분기 전망치 0.5%에 턱없이 모자란 수치다. 올해가 두 달 남짓 남은 시점에서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2.6%)는커녕 한은 전망치(2.4%) 달성도 버거워 보인다. 그제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 지표도 걱정스럽다. 생산과 소비는 각각 0.3%, 0.4%씩 동반 감소했다.
극심한 내수 침체 속에서 ‘나 홀로’ 호조를 보이는 수출로 우리 경제가 지탱하기는 힘들다. 제2교역국인 중국 경제의 부진으로 언제까지 수출이 견고하게 버텨줄 지도 의문이다.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잿빛 일색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1월 BSI 전망치가 91.8(기준선 100)을 기록했다. 국내 경기가 나빠질 것이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전달 대비 4.4포인트 하락하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기업경기심리 부진이 굳어지는 양상이다.
설익은 경제 낙관론부터 접어야 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수출 호조, 내수 부진의 경기 양극화를 우리 경제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10개월째 ‘내수 회복 지연’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최근 “설비투자가 2개월 연속 개선되고 가계 실질소득도 2분기에 플러스로 전환되는 등 내수가 살아나는 조짐이 있다”고 한 것과 사뭇 비교된다. 국민들의 체감 경기는 싸늘하다. 고금리, 고물가 속에 소득정체 등 구매력 여건은 나아지지 않고 있어서다. 경기 회복의 주체는 기업이다. 수출과 내수의 선순환이 이뤄지려면 기업의 성장동력 확보와 고용 창출이 맞물려야 한다. 정부부터 립서비스가 아닌 정확한 경기 진단을 토대로 내수진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