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국내여행과 해외여행을 고민하던 A씨.
처음엔 제주도로 갈 생각이었지만, 제주도에 다녀올 돈이면 일본에 가는 게 나을 것 같아 나고야로 행선지를 바꿨다.
A씨는 “제주도는 국내라서 부담이 없지만 바가지요금이 너무 심하다”면서 “차라리 일본이나 베트남 등 근처 해외로 나가는 게 가성비가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외여행 1회당 평균 지출액은 국내여행보다 7배 높았으나, 국내 여행객 10명 중 7명은 국내보다 해외가 더 저렴하다는 인식에 해외여행을 더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월간 국내·해외여행 동향 보고’에서 이 같은 영향으로 앞으로 국내여행은 감소하고 해외여행은 증가하는 여행 수요의 불균형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1회 여행당 총비용은 해외여행이 평균 176만5000원으로 국내여행 평균(23만1000원)보다 7.6배 많았다. 1일당 경비로 환산하면 해외여행이 평균 26만6000원으로 국내여행 2박 3일보다 비용이 더 발생했다.
제주도와 일본의 여행경비는 2배 이상 차이 났다.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일본과 제주도를 3박 4일 여행한 사람의 평균 지출 규모는 각각 113만6000원, 52만8000원이었다. 일본 여행경비가 제주도보다 2배가량 비싼 셈이다.
그럼에도 국민 10명 중 8명은 ‘제주도 갈 돈으로 일본 여행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공감했으며, 10명 중 7명은 이를 지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은 체감하는 인식 여행경비와 실제 여행경비의 차이가 0.97배(-3만4000원)로 거의 일치했지만, 제주도는 두 비용의 차이가 1.63배(+33만2000원)로 나타났다.
올해 제주도와 일본을 다녀온 B씨는 “여행 후 경비를 계산해보니 제주도보다 일본에서 더 많이 쓰긴 했다”면서도 “제주도는 국내이다 보니 식음료 가격이 다른 지역보다 더 높으면 체감상 많이 비싸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용이 들어도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는 여행지를 선호함에 따라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관광수지 적자는 더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관광수지 적자는 65억 달러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56억6000만 달러를 넘어선 수치다. 특히 지난 8월의 여행수지 적자는 14억2000만 달러에 달했다. 여름철 해외여행 성수기의 영향으로 적자 폭이 7월보다 1억6000만 달러 확대됐다.
올해 들어 8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1067만명, 같은 기간 해외로 떠난 내국인은 1888만명이었다. 8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벌어들인 돈은 14만4200만 달러를 기록했으나, 내국인이 해외에서 쓴 비용은 28억6700만 달러로 2배 이상 많았다.
컨슈머인사이트는 “국내여행을 부당하게 폄하하고 해외여행은 터무니없이 치켜세우는 경향이 여전히 짙게 나타나면서 국내 관광시장에 위축을 가져오는 실정”이라며 “이 같은 미신이 사라지지 않는 한 관광수지 적자는 줄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국민들이 해외여행과 국내여행을 비교할 때 해외에선 돈을 쓸 각오가 어느 정도 돼 있지만 국내에서 해외만큼 돈을 쓰는 건 가성비와 가심비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바가지요금이나 미흡한 서비스 등을 개선하고 다양한 관광 패키지 상품과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내여행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