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으로 공천에 개입했고, 공천 거래가 있었다는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이자 헌정 질서를 흔드는 위중 사안임을 입증하는 물증입니다.”(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 10월31일 긴급 기자회견)
“(2022년)5월9일날 통화는 대통령이 민간인인 당선인 시절이었습니다. 공무원으로서의 정치적 중립 의무도 없는 것이고,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한 법률은 없어요.”(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11월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6월1일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을 하루 앞두고 명태균씨와 통화한 내용이 공개돼 후폭풍이 거세다. 민주당이 공개한 통화 녹음 파일에는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나한테 들고 왔길래 내가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는 윤 대통령 육성이 담겼다.
민주당은 1일 대통령실을 상대로 한 국감에서도 이를 ‘불법’ 공천 개입의 확증이라고 몰아세웠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이 명씨의 축하 전화에 ‘덕담 수준’으로 응답한 것에 불과하며 설령 공천관리위원회에 의견을 개진했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맞섰다.
공직선거법 제57조의6 ②항 : 공무원은 그 지위를 이용하여 당내경선에서 경선운동을 할 수 없다.
공직선거법 제85조 ①항 : 공무원 등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언급되는 법조항이 공직선거법 제57조의 6과 제85조다.
문제는 이 법에 대통령 당선인 관련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명씨가 통화한 날은 2022년 5월9일인데, 이날은 취임식 하루 전으로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일 때다.
통화는 취임 전날 이뤄졌더라도 공천은 취임 이후 발표됐으므로 둘을 연결된 행위로 봐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 입장이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공천 개입은) 대통령 임기 중에 일어난 일로 법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판단은 정반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일부 여당 의원들은 ‘취임일 이전에 있었던 통화 등 행위는 법 위반이 없고, 해당 선거법 조항은 행위 시 범죄행위가 완료돼 기수(어떠한 행위가 일정한 범죄의 구성 요건으로 완전히 성립하는 일)가 되고 결과 발생과는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해 추경호 원내대표는 1일 당 국정감사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인 곳이 법사위이고, 대다수 법사위원이 집약된 의견을 말한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그것에 공감한다”고 했다.
김웅 전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C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 행위에 대해 “(선거법) 85조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지만 공무원이 아니면 적용이 안 된다”며 “국가공무원법 2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특수 경력직 공무원 중에서 정무직 공무원으로, 취임을 요건으로 하고 있어서 취임 전에는 공무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제8조 ①항 : 위원회는 위원장 1명, 부위원장 1명 및 24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 제15조 : 위원회의 위원장·부위원장·위원 및 직원과 그 직에 있었던 사람 중 공무원이 아닌 사람은 위원회의 업무와 관련하여 ‘형법’이나 그 밖의 법률에 따른 벌칙을 적용할 때에는 공무원으로 본다.
당선인이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공무원에 해당하는지를 놓고도 여야 시각이 엇갈린다.
검사 출신이자 법사위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은 이날 “(당시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었고, 대통령 인수위법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구성원도 아니어서 공무원 의제 규정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인수위법에는 대통령 당선인을 보좌하는 부위원장 등의 사람들은 공무원이 아닌 경우 처벌 시에는 공무원법에 준한다고 돼 있다”며 “그것은 그 사람들이 대통령 당선인을 모시기 때문으로, 당선인은 더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유 의원은 “정성호·박찬대·민형배·박성준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이 2022년 3월 각종 선거에서의 정치 중립을 위해 대통령 당선인도 공무원으로 간주하자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사실만 보더라도 (당선인이) 공무원에 준하는 지위라는 민주당 주장은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공직선거법 제268조 ①항 : 이 법에 규정한 죄의 공소시효는 당해 선거일후 6개월(선거일후에 행하여진 범죄는 그 행위가 있는 날부터 6개월)을 경과함으로써 완성한다. 다만, 범인이 도피한 때나 범인이 공범 또는 범죄의 증명에 필요한 참고인을 도피시킨 때에는 그 기간은 3년으로 한다.
공직선거법 제268조 ③항 : 제1항 및 제2항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제60조 제1항 제4호 단서에 따라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제외한다)이 직무와 관련하여 또는 지위를 이용하여 범한 이 법에 규정된 죄의 공소시효는 해당 선거일 후 10년(선거일 후에 행하여진 범죄는 그 행위가 있는 날부터 10년)을 경과함으로써 완성된다.
공무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따라 공소시효도 달라진다. 선거법상 공소시효는 선거일 후 6개월이라 2022년 12월에 이미 완성됐다.
하지만 공무원에 해당한다면 선거법 제268조 3항에 따라 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난다. 2032년까지 시효가 남아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이번 사안이 정치자금법 위반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용민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진짜 중요한 의혹은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 다시 말해 공천을 대가로 그 수많은 여론조사를 해 줬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당선인 신분과 상관 없다. 공천 대가를 주고 정치자금을 사실상 주고받은 대가성 있는 거래가 이 녹취로 확인 된 것이라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은 빠져나갈 수 없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는 7년이어서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이와 관련해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이자 명씨가 관여한 의혹을 받는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출신인 강혜경씨는 “대선 때 미래한국연구소가 조사를 81번 했다”며 “(명씨가 김 여사로부터) 돈(여론조사 비용)을 받아온다고 했는데 김영선 공천을 받아왔다”고 증언했다. 81차례 여론조사에는 모두 3억7500만원이 들었다고 했다. 명씨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시기 강씨에게 비공표 여론조사 결과를 윤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조작하라고 지시한 의혹도 받는다.
다만 정치자금법을 적용하려면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윤 대통령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지시했거나, 조사 비용 대신 공천을 준 점이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명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돈을 받지 않았다. 여론조사를 조작하지 않았다”고 했다. 언론 인터뷰에서는 “(윤 대통령에게) 공표 조사 결과를 보내줬다”면서도 “자체 조사한 미공표 여론조사는 보고한 적이 없다”고 밝힌 적이 있다.
아울러 여권은 윤 대통령이 단순히 공천 관련 의견을 공관위에 전달한 것이라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유상범 의원은 “당 공관위원들에게 공천 리스트를 전달하고 종용한 혐의로 박근혜 전 대통령 뒤에 기소된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대해서는 2심, 3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며 “박 전 대통령이 상고 포기해 대법원 최종 판결을 받지 않았으나, 이후 같은 내용에 대해 대법원은 ‘경선 선거인에게 작용하여 경선 선거인의 의사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아니’라고 명확히 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이런 정도의, 누구누구를 공천했으면 좋겠다는 의견 개진은 가사(설령)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며 “윤 대통령은 취임 전후 공천 개입 같은 불법행위를 한 바가 없으며, 이 내용은 정치적으로, 법적으로, 상식적으로 아무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