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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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원 ‘기획’ 김용현 ‘지시’ 여인형 ‘실행’… 검·경, 비상계엄 연결 고리 집중 규명 [尹 내란혐의 수사]

盧 자필 수첩 ‘국회 봉쇄·수거’ 현실화
계엄 사전 모의·수사2단 실체 등 수사
‘혈액암’ 조지호, 구속 집행정지 요청

‘12·3 비상계엄 사태’를 기획한 것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24일 검찰에 송치되면서 검찰은 비상계엄의 기획-지시-실행 단계에서 각 사건 관계자들의 역할과 이들 간 연결고리를 규명하는 작업에 나섰다. 검찰과 경찰 등 사정기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노 전 사령관이 짠 계획을 하달하고, 여인형 국군 방첩사령관 등 ‘계엄 3인방’은 김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계엄을 실행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사전에 모의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24일 서울 은평구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24일 경찰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국수본) 등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이번 계엄사태를 구체적으로 기획한 인물로 지목된다. 국수본이 확보한 노 전 사령관의 자필 수첩에서는 ‘NLL(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국회 봉쇄’ 등의 메모와 함께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동조합, 판사, 공무원 등을 ‘수거 대상’이라고 지칭한 문구가 발견됐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코를 만지고 있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문구들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3일을 전후로 윤석열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명령을 통해 구체화됐다. 지금까지의 증언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등은 3일 여 사령관, 곽종근 특전사령관,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 계엄 3인방에게 휘하 병력과 요원을 국회에 투입해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의원 등 주요 인사 14명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명령을 받은 이들은 국회에 병력을 투입하는 등 이를 실행에 옮겼다. 국방부에 따르면 특전사와 수방사, 방첩사, 정보사 등 총 1500여명의 병력이 계엄에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여 사령관이 당일 “우원식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우선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언급된 ‘국회 봉쇄’와 ‘수거’가 현실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노 전 사령관이 친분이 있던 김 전 장관과 긴밀히 소통하며 비상계엄의 기획과 설계를 주도했다는 의혹이 실체화하고 있다. 정치권과 경찰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전후 김 전 장관과 여러 차례 연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비상계엄 선포 사흘 전인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김 전 장관 관저에서 두 사람이 만났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무보고를 하기 위해 관저를 찾았던 여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을 목격했으며, 이날 김 전 장관의 계엄 관련 지시가 이전보다 구체적이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뉴시스

그간 김 전 장관과 여 사령관 등 계엄을 지시·실행했던 관계자들을 구속해 집중 수사하던 검찰은 계엄의 기획 단계로 수사를 넓혀가고 있다. 경기 안산의 한 햄버거 가게에서 이뤄진 두 차례 회동과 노 전 사령관이 지휘하려던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내 ‘수사2단’의 실체가 규명 대상이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이틀 전인 1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정성욱·김봉규 대령과 해당 가게에서 1차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당일인 3일 이 가게에서 이뤄진 2차 회동에 참여한 구삼회 제2기갑여단장, 방정환 국방부 혁신기획관, 김용군 전 육군 대령 등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한편 내란 등 혐의로 구속된 조지호 경찰청장은 최근 검찰에 혈액암 투병을 이유로 병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구속 집행 정지를 요청했다.


유경민·백준무·윤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