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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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필 사인 떼고 사진 가리고…尹 대통령 흔적 지우기 확산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 날로 악화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 ‘흔적 지우기’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방문한 식당 등에서는 상인들이 대통령 친필 사인과 사진을 뗀 광경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공공기관과 기념관에서도 이와 비슷한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가운데)과 재벌 총수들이 2023년 12월6일 부산 중구 깡통시장에서 떡볶이를 먹고 있다. 왼쪽부터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윤 대통령,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연합뉴스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찾아 입소문을 탄 부산 깡통시장 분식점 벽에 걸려 있던 당시 사진은 윤 대통령만 종이로 가려졌다.

 

당시 윤 대통령의 방문은 부산 엑스포가 불발된 후 시민들의 성원에 감사를 표하고 민심을 달래기 위한 행보 중 하나였다.

 

해당 분식집 상인은 23일 JTBC 방송에서 “하도 사람들이 뭐라고 해서 (뗐다)”라며 이 회장 사진만 새로 붙였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단골집으로 유명한 부산 국밥집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기업 총수 이름이 붙은 의자는 그대로인 반면 윤 대통령이 앉았던 의자와 사진은 치워진 상황이다.

 

보수의 상징인 대구도 윤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고 있다.

 

윤 대통령의 흔적은 대구 서문시장 안에 있는 칼국수 가게에서도 이미 지워졌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던 2022년 4월 이곳을 방문했다. 그후 식당에는 윤 대통령 모습이 담긴 현수막과 친필 서명이 큼지막하게 걸려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지난해 11월 윤 대통령이 방문했던 대구 칠성시장 한 상인도 윤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떼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흔적 지우기에 나선 건 서울도 마찬가지다. 종로구의 김치찌개 집은 2022년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관계자들과 방문해 화제가 됐다. 윤 대통령이 앉은 자리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식사한 자리’라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윤 대통령이 인수위 관계자들에게 김치찌개를 떠주는 사진도 걸려있었다. 현재는 모든 ‘흔적’이 사라졌다.

 

김보라 안성시장이 지난 9일 안성시청 시장실에 국정목표 액자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라는 액자를 새로 걸었다. 김보라 안성시장 인스타그램

공공기관, 기념관도 윤 대통령 흔적을 지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대호 경기 안양시장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운영 목표 액자 철거했습니다’는 제목의 글과 함께 국정운영 목표 액자 철거 전후의 집무실 사진을 올렸다.

 

김현성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대표도 “취임할 때부터 있어서 공직 사회의 규칙으로 알고 그냥 뒀으나 내란수괴 윤석열의 목표를 따를 수 없어 집무실 액자를 떼어냈다”고 밝혔다.

 

‘내란’이라고 표시된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본부 앞 윤석열 대통령의 표지석. 민주노총 경남본부 제공

경남 창원시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 앞마당에 있는 윤석열 대통령 휘호가 담긴 표지석에는 ‘내란’이라는 문구가 찍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당시 윤 대통령 친필이 담긴 표지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즉흥적으로 글자를 칠했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k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