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드라마 찍는다며 세계문화유산에 못 ‘꽝꽝’…“시가 허락해 줬다고 몇 번 말해”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측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병산서원을 훼손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민서홍 건축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KBS2 새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스태프들이 촬영을 위해 경북 안동시에 위치한 병산서원(屛山書院)을 훼손했다고 고발했다.

사진=민서홍 건축가 페이스북 캡처

민 건축가는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3시경 병산서원에 들렀다”며 “그런데 황당한 상황을 목격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서원 내부 여기저기에 드라마 소품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놓여있었고, 몇몇 스태프들이 등을 달기 위해 나무 기둥에 못을 박고 있었다”며 “둘러보니 이미 만대루의 기둥에는 꽤 많은 등이 매달려 있었다”고 적었다.

 

병산서원은 서애 류성룡의 학문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서원이다. 1978년 사적 제260호에 지정됐다. 2010년과 2019년에 각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민 건축가는 “나이가 지긋하신 중년의 신사분이 스태프들에게 항의하고 있었고, 가만 보고 있을 수 없어 나도 문화재를 그렇게 훼손해도 되느냐며 거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작업을 진행하고 있던 스태프들은 귀찮다는 듯, ‘이미 안동시의 허가를 받았다’며 ‘궁금하시면 시청에 문의하면 되지 않겠느냐? 허가받았다고 도대체 몇 번이나 설명을 해야 하는 거냐?’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성을 내기 시작했다”고 고발했다.

 

그러면서 “이건 아니다 싶어 안동시청 문화유산과에 연락했고, 담당 공무원은 촬영 허가를 내준 사실이 있다고 답했다”라며 “나는 드라마 스태프들이 나무 기둥에다 못을 박고 있는데, 이 사실은 알고 있느냐? 문화재를 훼손해도 좋다고 허가했느냐?고 따져 물었고, 그제야 당황한 공무원은 당장 철거지시 하겠다 대답했다”라고 말했다.

 

문화재 훼손 논란에 대해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측은 “현재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둔 해당 드라마는 아이돌 출신 배우 서현과 옥택연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판타지 로맨스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